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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물질입자와 힘이 세상의 구조를 결정하고, 텅 빈 공간은 입자와 힘이 영향을 주고받는 무대일 뿐이라고만 여겼다. 또한 꾸준히 흘러가는 시간도 변화를 잘게 나눈 눈금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양자론 이후에 시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양자론의 관점에서 진공은 텅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다. 공간도, 시간도 연속적이지 않고 띄엄띄엄할지 모른다.
양자 진공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우리가 사는 세계가 무수히 많은 원자와 원자가 운동하고 있는 진공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근대가 되어서야 원자와 진공의 정체가 실험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양자론의 출현으로 원자를 설명하는 그림이 새로 그려지면서 진공에 대한 개념도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의하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에너지가 요동치기도 하고 심지어 전자처럼 기본입자가 존재할 수도 있다.
양자론에서 설명하는 양자 진공quantum vacuum이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상태가 아니라 양자적으로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는 진공을 말한다. 물리적으로 양자 전공에서는 전자와 양전자, 양성자와 반양성자처럼 입자와 반입자가 쌍생성, 쌍소멸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덕분에 입자쌍의 에너지에 반비례하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는 에너지 보존 법칙이 깨져도 상관없다. 허용된 이 시간 동안은 입자쌍이 일순간 존재하더라도 순식간에 사라지기만 한다면 물리의 신도 눈감아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순간에만 존재하고 인간은 관측할 수 없는 입자를 가상입자virtual particle라고 부른다. 텅 비어 있는 '고전적인 진공'과 가상의 입자쌍이 생성과 소명을 반복하는 '양자적인 진공'은 완전히 다르다. 가상입자는 관측할 수 없지만 순간적으로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 바닥상태의 에너지를 갖기 때문에 진공 전체적으로는 가상입자의 에너지가 존재하게 된다. 이 양자 진공의 에너지를 진공에너지라고 한다.
카시미르 효과
양자 진공의 존재는 이론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다. 양자 진공은 영점에너지를 가진 무수히 많은 광자나 가상입자의 진공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진공에 평평한 2개의 금속판을 가까이 두어 보면, 금속판이 경계 역할을 하므로 금속판 주변에 존재 할 수 있는 진공은 제한되고, 그 결과 두 금속판 사이의 진공은 두 금속판 바깥쪽의 진공보다 에너지가 낮은 상태가 된다. 그러면 바깥쪽의 진공이 안쪽으로 금속판을 민다. 마치 금속판 사이에 인력이 작용한 듯 보이는 것이다. 1948년에 이와 같은 현상을 최초로 발견한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헨드릭 카시미르의 이름을 따서 카시미르 효과라고 부른다.
카시미르 효과는 양자적 현상이라 두 금속판 사이가 멀어지면 효과가 거의 사라지지만 거리가 원자 크기 정도라면 이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원자 크기의 약 100배인 10n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카시미르 효과에 의한 힘은 1기압 정도이다. 두 금속판 사이의 거리를 나노 크기만큼 가깝게 제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카시미르 효과가 실제로 증명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1997년이 되어서야 미국의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 실험적으로 카시미르 효과의 존재를 입증하였다. 이 실험을 통해 양자 진공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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