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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우주진공, 양자진공참고 자료 2018. 2. 27. 16:45
물리적 현실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고 믿는 과학자들이 점점 늘어나는데, 그러한 발상은 사실 바로 우리 눈앞에 놓여있다. 게다가 정말로 새로운 것도 아니다. 그 발상이란 다름 아니라 공간을 우주의 근본적 매질이라 여기는 것이다. 현대물리학의 위대한 선구자들은 이미 이런 발상을 받아들였다. 19세기에, 현대 클리포드 대수(Clifford algebras)의 창안자인 윌리엄 클리포드(William Clifford)는, 공간의 작은 부분들이 대체로 평평한 표면상의 작은 언덕과 유사하다고 단언했다. 따라서 그 부분들에는 기하학의 일반 법칙들이 적용되지 않는다. 공간이 지닌 구부러지거나 뒤틀리는 특성은 파동식으로 공간의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계속 전달되고 있다. 공간 만곡(彎曲)의 이러한 변화는 물질이 이동할 때 실제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물리적 세계에서는 이러한 파동 같은 변화 말고는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로부터 반세기 후, [공간의 개념(The Concept of Space)]이라는 논문에서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썼다. “우리는 이제 공간이 근본적인 것이고 물질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공간이 자신이 전에 열등한 지위에 놓여 있었던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이제 물질을 먹어 치우고 있다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이런 생각이 발표되고 나서 몇 년 뒤, 슈뢰딩거는 그 생각에 담긴 기본적 통찰을 다음과 같이 바꿔 말했다. “우리가 물질적 물체와 힘으로 관찰하는 것은 공간의 구조 속에 들어 있는 형태와 변화에 지나지 않는다.”
공간의 구조가 과연 ‘형태와 변화’를 가질 수 있을까? 물론 그럴 수 있다. 우리가 이제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공간은 텅 비어있지도 평평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20세기 하반기에 이용할 수 있게 된 실험적 증거는, 공간이 초고밀도의 요동치는 가상 에너지장[좀 더 전문적으로 말하면, 에너지를 생산하는 작용양자장(field of action-quanta)]임을 보여준다. 공간은 사실상 ‘양자 진공’으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는 “물질적인 물체와 힘이 양자 진공의 구조 속에 들어있는 형태와 변화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있다. 클리포드와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가 살아있다면, 틀림없이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진공 속에 들어있는 형태와 변화가 파동’이라는 데 클리포드와 견해를 같이 할 수 있다. 진공 속에는 빛을 나르는 광자와 힘을 나르는 보손 같은 진행파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가 물질이라고 부르는 외견상 단단해 보이는, 엄청나게 다양한 실체들을 구성하는 정상파(定常波)들도 존재한다. 공간은, 더 정확하게 말해서 공간을 가득 채운 진공은 그 자체가 물질의 움직임을 위한 배경 또는 용기일 뿐 아니라, 시간과 공간에 거주하는 물질이 그것에서 출현하고 그것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바로 그런 실체다.
진공이 복잡하고 밀도가 극도로 높으며 강력하게 상호작용하는 장(場)임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가 곧 나타날 것이다.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의 ‘상대론적 중이온 충돌기’에서 근무하는 물리학자들은 1부 2장에서 이미 언급한 적이 있는 실험들을 통해, 쿼크들을 한데 묶고 쿼크들에 추가적인 질량을 부여하는 ‘글루온장(場)을 발견했다. 이들은 금의 원자핵으로 이루어진 광선들을 약 4킬로미터 트랙 주위로 가속시켜 1,000억 전자볼트의 온도로 올리는데 성공했다. 이것은 태양의 표면보다 3억 배나 높은 온도다. (이것은 물리학자들이 빅뱅이 일어난 뒤 최초 1,000분의 10초 동안의 우주 온도였다고 믿는 온도다.)
그리고 이 과학자들은 글루온장의 밀도가 극도로 높음을 발견했다. 글루온장의 밀도는 예상했던 것보다 30배에서 50배나 높았다. 이 장에 있는 쿼크들은 고도로 동시적인 집단행동을 보이며 서로뿐 아니라 주변의 글루온들과도 강력하게 상호작용한다. 이런 특성은 분명 초기의 진공을 기체보다는 액체에 가깝게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 우주가 탄생했을 당시, 진공은 오늘날의 물보다 10배에서 20배나 더 유동적이었던 듯하다.
진공이 태양의 표면보다 3억 배나 높은 온도에서도 액체고밀도의 장(場)임을 입증한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지금 우주에서 나타나는 극히 낮은 온도에서는 진공장이 초유동체-입자와 원자를 비롯한 물체들이 그 안에서 물속의 물고기처럼 명백한 영향을 거의 남기지 않으며 미묘하게 움직이는 매질-의 특징들을 지니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사실은 입자들과 원자들, 이 밖의 다른 것들이 이 초유동적 매질 속에서 움직일 때, 이것들의 움직임은 흡사 일반적인 유동체 내에서의 움직임처럼 파동을 만들어냄을 이 새로운 발견이 암시한다는 것이다.
만약 진공이 우주의 근본적 매질이라면, 게다가 만약 진공이 초유동적이고 그 속의 모든 것이 파동을 만들어낸다면, 입자들을 규정하는 두 가지 측면, 즉 미립자 측면과 파동 측면 중에서, 근본적인 것은 파동 측면이라고 추측해야만 한다. 실제로도 사실이 그렇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다.
젊은 이란계 미국인 물리학자인 샤흐리아르 아프샤르(Shariar Afshar)가 실시한 독창적 실험은, 입자의 미립자 측면이 관찰될 때조차도 파동 측면이 여전히 존재함을 증명한다. 보어의 그 유명한 ‘상보성 원리’는 타당하지 않다. 다시 말해서, 입자의 미립자 측면과 파동 측면을 동시에 관찰할 수 없다 해도, 두 측면이 결코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미립자 측면을 관찰할 수 있도록 설정해 놓는 때조차도 파동 측면은 ‘존재한다.’ 반면에 파동 측면을 조사할 때는 미립자 측면이 존재하지 않는다.
클리포드와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가 옳았다. MIT의 물리학자였던 밀로 울프(Milo Wolf)의 말대로 파동매질, 즉 파동들이 출현하는 우주진공은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과 자연법칙의 유일한 원천이다. 울프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각 입자의 파동들이 다른 물질의 파동들과 섞여 있고 모든 것은 매질의 밀도에 기여하므로, 하전입자 하나하나는 우주의 일부를 이루고 우주는 각 하전입자의 일부를 이룬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진공 속의 파동들인데 왜 우리 눈에는 단단한 물체로 보이는 것일까? 진공 파동들은 ‘솔리톤들(solitons)’[소위 고립파(孤立波) -외견상으로는 별개의 분리된 물체들로 보이지만 그것들이 나타나는 매질 속의 파동들임-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솔리톤 현상이 최초로 보고된 것은 1845년, 영국과학진흥협회에서였다. J. 스콧 러셀(J. Scott Russell)은 좁다란 수로 옆을 말을 타고 지나가다가 관찰하게 된, 엄청난 속도로 굽이치는 파도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했다. “홀로 커다랗게 솟아올라 둥글고 매끄러우며 윤곽이 뚜렷한 물 더미의 형태를 띠고 있는 그 파도는 수로를 따라 계속 나아가도 형태가 바뀌지도, 속도가 줄어들지도 않았습니다.” 그 후로 솔리톤들은 다양한 조건하에서 관찰되었다.
솔리톤들은 별개의 물체들처럼 행동한다. 다시 말해서, 정해진 궤도를 따라 움직이다가 서로 만나면 서로를 비껴가게 한다. 솔리톤들은 물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신경계, 복잡한 전기회로, 조수의 만조, 대기의 압력파, 고체의 열전도에서도 임펄스로서 나타난다. 솔리톤들은 초유동적인 매질들에서도 나타난다. 그러므로 초유동적 우주 매질인 양자 진공에서도 나타난다.
진공에 나타나는 솔리톤들은 관찰 가능한 우주의 물질 및 힘 입자들이다. 관찰되지도 간섭받지도 않은 처녀 상태에 있을 때, 이 입자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진공 속 어디에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입자들은 홀로그램에 들어있는 정보처럼 ‘분산되어’있는 것이다. 그러나 관찰되고 상호작용을 하면, 이 입자들은 분산된 파동측면을 잃고 외견상 별개로 보이는 물체가 된다. 이때 입자들은 고전적인 물체들의 형태를 띤다. 양자물리학자들은 이것을 그 입자들의 파동함수가 붕괴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우리의 감각들로 지각하는 것은 텅 빈 공간 속을 돌아다니는 단단한 물체이지만, 물리적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입자와 항성, 행성, 암석 및 살아있는 유기체를 포함하는 물질적 우주는 종국에는 물질적이지 않다. 이런 물질처럼 보이는 것들은 양자 진공 속의 복잡한 파동들이다.
우리는 최신 발견에 입각해서 진공, 즉 물리적 현실의 근본적 요소인,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매질의 적절한 특징들을 다음과 같이 열거할 수 있다. 이 매질은
-모든 공간을 채우고 있고, 모든 시간 내내 지속한다.
-초고밀도이며, 요동치는 영점에너지들로 가득 차있다.
-초유동적이어서 입자들 및 입자들로 이루어진 물체들이 그 속을 움직여도 분명한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다.
-명백한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들의 기원지다.
-입자들이 블랙홀에서 ‘증발할’ 때 입자들을 담는 용기다.
우주 진공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발생시킨다.
-입자들 및 입자들로 이루어진 물체들 간 중력의 인력
-하전입자들과 관련된 전자기파
-원자핵 내의 근거리 인력 및 척력
-입자들과 원자들 및 우주의 한 지역 전체의 모든 것을 거의 즉각적, 영구적으로 연결하는, 간섭을 일으키는 파동.
영점에너지, 중력장, 전자기장, 핵장, 아카샤장은 ‘통일진공’의 구체적 현현들이다. 대통일이론과 초(超)대통일이론이 아직도 개발단계에 있기는 하지만, 통일진공이 모든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 통일진공은 초고밀도이고 초유동적이라는 것, 통일진공이 지역 우주들을 장식하는 입자들을 넣으며 진화주기가 끝나면 입자들을 도로 받아들인다는 것, 통일장은 중력장, 전자기장, 핵의 강 약 상호 작용장 같은 역장(力場)들뿐 아니라, 입자들과 원자들 및 그것들로 이루어진 모든 것을 시간과 공간에서 즉각적이고 영속적으로 상호 연결하는 홀로그램장도 발생시킨다는 것만큼은 지금도 단언할 수 있다. 과학에서 지금 부상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비전은 상호 연결되어 있고 전일적인 현실에 대한 비전이다. 그것은 현실에 대한 통합적 비전이다.
[에르빈 라슬로 저, 변 경옥 역, 과학, 우주에 마법을 걸다, pp140-146]
[출처] 공간, 우주진공, 양자진공|작성자 송죽
https://blog.naver.com/kym4951/150149384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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