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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주석병권
    참고 자료 2013. 3. 18. 16:43

    술로 병권을 내놓게 하다

    [ 杯酒釋兵權 ]

    송 태조가 즉위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절도사 두 사람이 반란을 일으켰다. 태조는 즉시 군대를 거느리고 가서 반란을 평정했으나, 그 일 이후부터 항상 마음이 불안했다. 그래서 하루는 조보를 불러다가 이렇게 물었다. “당나라 말기부터 지금까지 나라가 다섯 번이나 바뀌면서 전쟁이 끊이질 않았고 수많은 백성들이 목숨을 잃었소.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이유야 간단합니다. 나라가 혼란한 이유는 번진들의 세력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병권을 중앙에 집중시킨다면 천하가 태평할 것입니다.” 태조는 그 말이 옳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후에 태조는 주연을 베풀면서 석수신, 왕심기 등 오랜 장수들을 궁으로 불러들여 술을 마셨다. 술이 몇 순배 돌아 취기가 오르자 태조는 태감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술잔을 들어 친히 술을 권했다. 장수들이 술을 다 마시자 태조는 입을 열었다. “그대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찌 오늘의 이 자리가 있을 수 있었겠소. 그런데 천자가 절도사보다도 못하다는 것을 그대들은 모를 것이오. 나는 요즘 하루도 편한 잠을 자본 적이 없소. 근심과 불안에 싸여 산단 말이오.” 그 말에 놀란 석수신 등이 그 영문을 묻자 태조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야 뻔한 일이 아니오? 내 자리를 탐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소?” 이 말에 석수신 등은 또 한 번 깜짝 놀라며 얼른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했다. “폐하께서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어리석은 저희들은 알 길이 없사옵니다. 이제 태평성대가 왔는데 언감생심 그 누가 딴마음을 품겠습니까?” 그 말에 태조는 손사래를 쳤다. “짐의 심복 장수들인 그대들을 믿지 못해 하는 말이 아니오. 그대들의 부하들이 부귀를 탐해 그대들에게 억지로 용포를 입힌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겠소? 그렇게 되면 경들이 하고 싶지 않다고 해도 다른 방법이 없지 않겠소?”

    그 말을 듣는 석수신 등의 등줄기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예사말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큰 화를 입을 수도 있었다. 그들은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렸다. “저희들이 어리석어 미처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무쪼록 폐하께서 저희들에게 밝은 앞길을 열어주시길 바라옵니다.” “짐이 생각건대, 병권을 내놓고 지방의 한관(閑官)으로 내려가는 것이 그대들에게 이로울 것 같소. 자손들에게 풍족한 재산을 물려주고 만년을 편안히 보내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소? 그리고 짐과 사돈을 맺고 서로 믿고 도와주며 살아간다면 이 얼마나 좋은 일이오.” 그러자 석수신 등은 모두 머리를 조아렸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신들은 폐하의 너그러운 은정에 감읍할 따름입니다.” 이튿날, 석수신 등은 늙고 병든 몸이오니 사직하고 내려가는 것을 윤허해 달라는 상주서를 올렸다. 물론 태조는 이를 즉시 윤허하고 병권을 거두어들였으며 많은 재물을 하사했다. 역사상에서는 이 일을 ‘배주석병권(杯酒釋兵權)’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석(釋)’은 ‘해제한다’는 뜻이다.

    이후 태조는 지방 장수들의 병권마저 회수하여 새로운 군사제도를 수립했다. 지방의 군대로부터 정예병을 뽑아 금군을 편성하고 황제가 직접 금군을 지휘했으며, 각 지방의 행정장관들도 조정에서 임명하여 파견했다. 수립된 지 얼마 안 된 북송은 이런 조치들로 인하여 비로소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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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중국상하오천년사, 풍국초, 2008.4.25, 신원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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