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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잇값과 행복한 심리
    좋은 글 2008. 2. 17. 03:30

    나이는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해석하는 기준이며, 남은 시간을 계획하는 수단이다. 진학, 결혼, 직업 선택과 같은 사회적 활동에서 우리는 늘 내 나이가 '적절'한지 고려한다. 그러다 보니 끊임없이 "내 나이에 맞게 잘 행동하고 있는 것일까"라며, 소위 '나잇값'을 따지게 된다.

    인간의 발달 과정을 보면, 태어나서 상승적인 발달을 하다가 어느 시점에서부터는 하강이 이루어진다. 하강이 이루어지는 시점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개인의 어떤 측면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즉 신체적인 측면에서의 발달은 젊은 시절에 정점에 도달하여 그 뒤 하강이 이루어지나,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측면은 노인이 되어서도 정점을 향하여 계속 성장하기도 한다.

    최근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은 외적 조건보다는 내적 조건에 더 영향을 받는다. 행복 수준이 낮은 사람은 사회적 지위나 역할, 외모와 같은 외적인 조건을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며, 행복 수준이 높은 사람은 만족감이나 성격 등과 같은 내적 조건을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이나 신체적 쇠퇴와 같은 외적 조건이 떨어진다고,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은 사람에 비해 삶의 만족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능력이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젊은 층에 비해 정신적, 심리적으로 발달했기 때문에 더 큰 행복감을 느낄 수도 있다.

    또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구, 지식에 대한 욕구, 그리고 사랑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는 오히려 더 강해진다고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욕구가 감소되리라는 생각, 아니 이러한 욕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이 우리로 하여금 이런 욕구를 억제하게 한다.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외적인 기준에 치중함으로써 자신의 '행복해질 수 있는 능력'에 스스로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측면까지 외적인 쇠퇴에 맞추어 감퇴시키려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다.

    특히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조금만 더 젊었어도…"와 같은 조건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며, 자신보다 더 젊은 사람들과 비교하기도 한다. 그러나 타인과의 비교는 행복보다는 불행으로 이끌기 쉽다.

    상대적 비교와 행복감을 알아본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의 행복감을 측정한 다음 이들에게 낱말 만들기 게임을 하게 하였다. 이때 같이하는 상대방이 수행을 더 잘하는 조건과 더 못하는 조건으로 조작하였다. 그 결과 행복감이 높은 참가자들은 상대의 수행 결과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행복감이 낮은 참가자는 상대가 자신보다 수행을 못하면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으나, 상대가 자신보다 더 잘 수행한 경우에는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였다고 한다. 즉 행복감이 낮은 사람들은 타인과의 비교에 더 민감하며, 이런 비교는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게 하여 우울감과 불행감을 느낄 기회를 더 많게 한다. 바꾸어 말하면 타인과의 비교에 민감한 사람은 그만큼 행복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듯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는 나이라는 숫자에 입각해 나를 구속하고, 때로는 젊은 사람들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나잇값에 따른 사회적 기준이나 타인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타인에 비해 부족한 나를 자각하게 되면 나이의 숫자만큼 돌아오는 것은 불행감뿐이다. '나이에 대한 전통적 기준'과 이 기준에서 벗어난 '삶에 대한 나만의 욕구' 사이에서 갈등할 필요는 없다.

    우리 모두 젊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나이에 대한 사회의 부당한 기준과 구속, 나이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 다른 사람에 대한 지나친 의식, 이런 모든 것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자신의 내부에서 용솟음치는 젊음의 욕구에 솔직할 때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

    당신은 지금 몇 살인가? 다른 사람들의 기준을 의식하지 않고 당신 나이 숫자만큼의 행복을 누릴 준비가 되어 있는가?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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