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희 교수. |
“‘등태산 소천하(登泰山 小天下)’ 공자가 태산에 올라가서 외쳤던 말입니다. 세상은 어디에 서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의 크기가 달라집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세상을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커집니다. 행복도 그렇습니다. 남들이 볼 때 별 볼 일 없어 보여도 다른 곳에서 보면 별 볼일 있어지는 것, 그것이 행복입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이사장 변정일)가 주최하고 제주일보와 KCTV 제주방송, 인간개발연구원이 공동주관하는 ‘2010년도 제4기 제주시지역 JDC 글로벌아카데미’ 제8차 강좌가 지난 22일 제주상공회의소 5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박재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고전에서 배우는 유쾌한 행복론’을 주제로 논어(論語), 도덕경(道德經), 장자(莊子) 등 동양고전을 통해 찾을 수 있는 행복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다음은 이날 강연의 주요 발표 요지.
▲실천하라! 100마디 말은 필요없다=논어는 동양 고전에서 제일 먼저 봐야 할 책이다. 논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글자는 어질 인(仁)이다. 그리고 두 번째 많이 나오는 글자가 군자(君子)인데, 107번 정도 나온다.
군자는 큰 길 가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논어에서는 군자삼락(君子三樂), 즉 군자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세 가지 즐거움과 기쁨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다고 했다.
그 첫 번째는 학이시습(學而時習), 학습하는 즐거움이다.
배운 것을 습득하는 것이야 말로 군자의 기쁨이다. 돈을 버는 것, 높은 지위에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배우는 것을 최고의 가치라 여기면 학습할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 행복은 친구다. 친구가 많고, 아는 사람이 많은 사람보다도 한 명만 있고, 두 명만 있더라도 뜻이 같고 꿈이 목표가 같은 동지형 인간, 급하고 어려울 때 내 옆에서 나와 함께 끝까지 있어줄 친구가 진짜 친구다.
그리고 남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화내지 않고 성내지 않는 것이 군자의 모습이다.
내 인생의 평가는 남이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하는 것이다.
대부분 남의 눈치에 익숙해져 있다. 실제로 불행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이 불행하다고 하니까 불행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논어에서 다양한 행복을 뽑아봤지만 또 중요한 것이 주이불비(周而不比),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되 편을 나누지 말고 패거리 짓지 않는 것이다. 요즘은 동네서도 ‘누구파’, ‘누구파’ 파를 나누고 있는데 이건 아니다. 친화형 사람 그 사람이 논어에서 말하는 행복한 사람이다.
눌언민행(訥言敏行), 말은 좀 어눌해도 행복에 지장이 없다. 그러나 행동은 민첩해야 한다.
책상에 앉아서 100 마디를 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남을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실천형 인간’. 이것이 군자의 행복론이다.
화이부동(和而不同), 서로 다른 악기가 만나서 위대한 화음을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한다.
군자는 서로 다른 소리를 모아서 위대한 지휘자처럼 위대한 화음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같음을 강조하지 않는다.
서로 다름을 인정해 줄 줄 아는 포용형 인간, 이것이 군자의 모습이다.
논어를 종합해 볼 때 21세기형 인간은 꾸준히 배우고 익히면서 누가 어떻게 평가하든지 꿋꿋하게 100마디 말보다 실천을 통해 답을 얻어내는 동지형 인간, 한마디로 ‘자득(自得)의 인간형’이라고 정의하겠다.
군자는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처지에서든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 적당한 답을 찾아낸다.
▲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이사장 변정일)가 주최하고 제주일보와 KCTV 제주방송, 인간개발연구원이 공동주관하는 ‘2010년도 제4기 제주시지역 JDC 글로벌아카데미’ 제8차 강좌가 지난 22일 제주상공회의소 5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
▲억지쓰라 마라! 가장 위대한 행복, 물(水)처럼=논어 다음 동양 고전에서 많이 읽는 책이 도덕경(道德經)이다. 이 도덕경에는 유쾌한 인간형이 담겨있다.
성인을 한마디로 얘기하면 ‘반자 도지동(反者 道之動)’, 거꾸로 가는 것이야말로 성인이 가는 길의 가장 큰 운동성이다. 거꾸로 가는 길이 정답일 수 있다. 성인의 사유구조는 뻔한 길이 아니라 거꾸로 가는 길을 택한다.
무위자연(無爲自然), 억지로 하지 않을 때 스스로 그렇게 할 수 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기업의 리더, 부모가 됐을 때 소리 지르고 욕해서 가게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남들과 다른 길로 간다고 두려워 할 것이 없다. 물은 모든 만물을 이롭게 적셔준다.
물은 네모가 되든, 세모가 되든 동그라미가 되든 자기의 모습을 주장하지 않는다. 물이 가장 위대한 행복이다. 물의 유연성. 그것이 수무상연(水無常形)이다. 인생도 내 모습도 규정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누구냐. 어느 학교를 나왔고 성별이 뭐고 재산이 얼마고, 그렇게 규정해 나가면 자꾸 벽을 만들면 꼼짝달싹 못하게 된다.
내 모습을 주장하지 않는 사람들은 무척 자유스럽다.
노자가 얘기하는 성인을 간단히 요약하면 내 모습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고 나를 낮출 줄 아는 것이 그것이 유쾌한 행복론이다.
공성신퇴(攻城身退), 성공했으면 몸은 빠져라.
공을 이루는 것도 힘들지만 어느 순간에 가서 공을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쥐어 잡고 있다고 해서 내 것이 되는 것이 아니다
▲부숴라! 숨겨진 행복이 보인다=장자(莊子)의 행복한 인간형은 ‘진인(眞人)’이다.
참 나를 찾는다는 것, 나를 부수는 일이다. 나를 부숴야 그동안 못 봤던 행복도 볼 수 있다.
장자의 무기(無己)는 성격, 고집, 욕심을 부수고 부수다 보면 참 나를 발견하게 된다는 의미다.
여름 매미와 하루살이는 겨울이란 시간을 모른다. 여름벌레는 자신의 여름이라는 시간에 구속돼 있다. 또, 우물안의 개구리는 우물 속에 갇혀있었기 때문에 우물 안 하늘이 다인 줄 안다.
산골에서 자신의 지식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선비는 지식의 그물에 걸린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여름벌레는 여름이라는 시간을 부수고 나와야 겨울을 만나고 개구리는 우물을 부수고 나와야 더 큰 하늘을 만나고 산골마을 선비는 생각의 틀을 부숴야 더 큰 지식을 만난다. 부숴라! 나를 찾을 것이다.
한비자(韓非子)에서 행복은 변화다.
세상은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 똑같은 방식으로 대처하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맹자가 말하는 대장부(大丈夫)의 행복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마음, 부동심(不動心)을 가진 사람이며, 부동심을 가져야 행복하다고 한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 결정이 합당할 때 마음이 유쾌해질 수 밖에 없고 유쾌한 마음이 쌓이면 부동심이 되는 것이다. 한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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