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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연회에 참석하고 있는 것처럼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무언가가 돌아다니다가 너의 자리에 올 때, 손을 뻗어서 적절한 몫을 취하라. 그것이 지나가는가, 붙들지 마라. 아직 오지 않았는가, 그것을 향해 너의 욕구를 내놓지 말라. 하지만 너의 자리에 올 때까지 기다리라.
너의 아이에 대해서도 마누라에 대해서도, 지위에 대해서도, 부에 대해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행동하라. 그러다 보면 너는 언젠가 신들의 연회에 함께할 만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네 앞에 놓았을 때조차도 이런 것들을 취하지 않고 경멸한다면, 그때에는 신들의 연회를 함께할 뿐만 아니라 또한 그들과 함께 지배하게 될 것이다.”(에픽테토스, 김재홍 역, 『엥케이리디온』, 까치,2003,31쪽)
수연무착(隨緣無著)이라, 그야말로 “인연 따라 응하되, 들러붙지는 말자.” 명예와 재산의 물거품들은 조금 헐겁게 두고, 그 여력으로 자신의 귀한 불성을 보듬으면 어떨까. 여래여거(如來如去), 인연이 오면 맞고, 인연이 다하면 손을 흔들도록 하자. 싫다고 떠나가는 애인의 바짓가랑이는 이제 그만 놓아주고, 내 뜻대로 안 되는 세상사에 불평불만도 문득 그치고 줄이자.
그리고 그 희망심(希望心)의 흔적들을 태우고, 지금 다가오는 얼굴들과 대면하자. 『금강경』의 노래처럼, “과거의 영광도 흩어졌고, 미래의 기대도 환상이며, 현재의 집착도 다만 물거품일 뿐”이니......
출처 : 한형조, 『허접한 꽃들의 축제』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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