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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헤드는 17, 18세기의 세계관을 기계론적 사고에 정향된 과학적 유물론으로 규정하면서 주객분열을 전제로 하는 단순정위설과 이원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그는 현실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를 사건 또는 '현실적 존재'로 보았다. 사건은 다른 사건들과 연관돼 있으며, 그 각각의 사건들이 우리들에게 드러나는 방식을 가리켜 '현실적 계기'라고 부른다. 물론 여기에는 빛, 소리, 향기, 형태 등 물질의 고유한 특성을 가진 것으로 생각되는 '영원적 객체'가 전제돼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사건 또는 현실적 계기라는 형태로만 자신들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런 사실에서 사건, 즉 현실적 존재는 언제나 하나의 경험 '주체'이면서 동시에 그 자신을 넘어서는 '자기초월적 주체'로서 기능하고 있다.
따라서 화이트헤드는 그 자체적으로 고유한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 점에서 그의 세계관은 근본적으로 불교의 연기설에 통한다. 실재하는 모든 것은 '과정'으로서 존재하며, 사건들의 연속체 속에서 그 때마다 새로운 사건을 연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순간에 일어나는 사건들은 우주적 연속체의 지평에서 그 때마다 새롭게 솟아난 창조성의 산물이다. 이렇게 되면 화이트헤드의 우주론은 화엄사상에서 모든 것이면서 모든 것을 만들어낸다는 비로자나불의 존재와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화이트헤드는 화엄사상과 즐겨 비교되기도 한다.
[출처] 현대 한국사회를 움직인 10인의 철학자 화이트헤드'좋은 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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