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죽음 이해
이세형ㆍ협성대학 교수
인류의 질병을 치유할 최고의 약은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를 용서하고, 동정과 이해를 갖는 것이다. 이러한 무조건적인 사랑의 교훈을 인류가 배우는 길은 죽음에 대한
깊은 이해보다 더 소중한 자리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임종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저들을 돌보며 배려해야 한다.
퀴블러
로스의 일생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1926년 스위스에서 세쌍둥이의 하나로 태어났다. 세쌍둥이로서 엘리자베스는 언제나 자신의 정체성을
질문하였다. 나는 누구이고 누구여야 하는가? 자신의 독특한 정체성을 위해 그녀는 어려서부터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6학년 때
쌍둥이 자매의 아픔을 경험하고는 의사가 되고자 결심하였다.
고등학교를 마칠 무렵에는 병자를 고치고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아픔을 당한 사람들에게 위로하는 것이 생애의 최고의 목표가 되었다. 엘리자베스는 매춘부들과 전쟁부상자들을 돌보면서, 나찌 수용소의
잔인한 수용소를 돌아보면서 삶의 목표를 다졌다. 그후 의사가 되어 많은 병원에서 죽어가는 환자들을 만나면서 엘리자베스는 ‘의사가 환자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도움은 선하게, 돌봄의 자세를 가지고, 사랑을 지닌 인간이 되는 것이다.’라는 것을 더욱 깨닫게 되었다.
현대 의학은
죽음을 의술의 실패로 받아들이지만 그는 죽음을 ‘삶의 한 과정’으로 보았다. 그는 외롭고 고립된 환경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대신 돌보는 이의
사랑어린 보살핌을 받으며 마지막까지 의미있는 삶을 살다가 죽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엘리자베스가 이렇게 죽음을 관찰하고 생명이
떠나가는 것을 목도하는 동안 자연히 죽음 이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1970년대부터 <삶, 죽음, 전이〉라는 공동 연구회를
진행하였는데, 죽어가는 환자들과의 면담, 1주일간의 집중 강의, 그리고 질문과 대답의 시간, 또한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일이 있어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지닌 눈물과 분노를 극복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엘리자베스는 1970년대에 2만명 이상의 환자들과
면담을 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죽음은 육체적인 죽음만으로 정의될 수 없는 영역이 있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영혼이 있고, 그렇기에 단순히 이
땅에 존재하고 생존해야 하는 그 이상의 삶을 위한 삶의 이유가 있는 것임’을 깨닫는다.
죽음이후에 대한 관심으로 사자(死者)와의
만남을 경험하고 난 뒤 자신이 운영하는 치료 센터를 건립하였다. 이후 본인 스스로 저 세상의 영들과 대화를 경험할 뿐 아니라, 영이 몸을 떠나는
경험, 삶의 다른 단계를 거쳐 영원한 세계를 경험한다. 특별히 천 번의 죽음, 다시 태어남에 대한 경험 등을 거쳐 “산티 닐라야”(Shanti
Nilaya: 산스크리트어로 최후의 평화의 집이란 의미이다. 곧 우리가 육체를 떠나 최후에 돌아갈 곳이다.)를 경험한다. 또한 모든 살아있는
것들 속에 있는 생명에 대한 인식 곧 우주적 의식(cosmic consciousness)을 경험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운영하는 치료센터를 ‘산티
닐라야’로 개명한다.
‘산티 닐라야’에서는 무제약적인 사랑의 실천을 통해 아이들과 어른들의 심리적이며 육체적이며 영적인 치유를
가져오는데 관심을 가지면서 <삶, 죽음, 전이> 웍샾은 날로 번창하여갔다. 노년에 이르러 에이즈 환자의 임종을 돌보는데 힘을 쏟았고
1990년 꿈에 그리던 Elizabeth Kubler-Ross 센터의 완공을 보게 된 후에는 사형수의 임종에까지 영역을
넓혔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의 죽음이해 사람은 누구나 죽을 수밖에 없다. 죽을 수밖에 없다면 죽음의 현상을 의식적으로
회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깊이 그리고 자주 생각함으로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감을 오히려 극복해야 한다.
퀴블러 로스
박사에게서 삶과 죽음은 나눠지지 않는다. 삶은 죽음의 시작이고, 죽음은 또 다른 삶의 여정이다. 죽음이 삶의 한 과정이라면 이제 죽음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죽음을 통한 우리의 삶을 보다 의미있고 값있게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퀴블러 로스 박사의 생각이다.
이제 퀴블러
로스 박사가 쓴 몇 권의 책 내용을 살펴보자.
<죽음과 죽어감 (On Death and Dying), 1969>은
20세기 후반에 쓰여진 죽음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심리학적 연구 중 하나이다. 이 책은 퀴블러 로스 박사가 죽음과 삶 그리고 그 전이 과정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탄생시킨 책으로 죽음이 선고된 환자가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의 5가지 심리적 단계를 소개하고 있다. 곧 거부와 소외, 분노,
타협, 우울, 그리고 받아들임의 과정이 그것이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직접 면담하고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퀴블러 로스 박사는
임박한 죽음이 죽음을 앞둔 환자와 환자를 돕는 관계자들 그리고 가족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혀 주고 있다. 곧 로스 박사는 죽어가는
사람에게 그 죽음을 인식시켜 그가 그의 죽음을 완성된 삶의 가치 위에 승화시키도록 준비할 시간과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의미에서
전체적으로 이 책은 죽음을 다루면서 죽음과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삶의 의미와 희망을 밝히는 책이다.
<죽음과 임종에 관한
의문과 해답 (Questions and Answers on Death and Dying)>은 퀴블러 로스 박사의 고전인 <죽음과
죽어감>의 책 자매편으로 쓰여진 책이다. <죽음과 죽어 감>이 쓰여진 이후 700여 회의 강습회와 강연회월요강좌
지상강연 그리고 세미나에서 나온 349개 항목의 죽음에 대한 질문을 심리적 통찰을 거쳐 열정을 가지고 대답을 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에서 퀴블러 로스 박사는 임종, 자살, 불치병(terminal illness), 안락사 등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논하고
있고, 어떻게 환자에게 죽음과 관련된 문제들을 말하고 다루어야 하는지, 그리고 죽음을 가까이에 둔 남아있는 자들이 어떻게 비탄의 경험을 극복해야
하는지를 일러주고 있다.
<죽음: 성장의 최후 단계(Death: The Final Stage of Growth)>는
일단 죽음을 인간 발달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죽음이 인간 실존의 의미에 중요한 일단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앞서도
지적한 것처럼 로스 박사는 인간은 완전을 향해 발전해 가는 과정에 있는 실존으로 이해한다. 죽음을 앞에 둔 임종자들이 겪는 5가지의 단계는 죽음
뿐 아니라 슬픔의 경험이나 특별한 종교적 과제에 부딪혔을 때에 그 충격을 받아들이기까지 같은 과정을 갖는 것으로 이해한다. 죽음도 이와 같이
삶의 과정이다.
우리 사회는 죽음을 거부하는 사회이다. 그러나 죽음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우리 모두가 죽어야 하고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죽을 수밖에 없다면, 죽음은 거부할 것이 아니고 어떻게 죽음을 맞고 준비하며 죽음을 다루어야 하는지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죽음을 받아들이게 될 때, 비로소 인간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죽음의 면전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안녕이라고 말할 때까지 살기 (To Live Until We Say Good-Bye)>는 퀴블러 로스 박사가
글을 쓰고 말 와쇼(Mal Warshaw)가 임종 환자들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만든 책이다. 죽음에 이르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삶의 양이 아니라 삶의 질이다. 마지막 남은 시간을 의미있게 인간답게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 이 일을 위해서 호스피스 프로그램도 책 말미에서
소개해주고 있다. 이 책도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환자의 돌봄은 환자의 편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제시하고 있고, 특별히 임종자들은 차디찬
병원에서보다는 가정에서 혹은 가족이 있는 곳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어함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허락되는 한 저들이 한 사람으로 끝까지 살아갈
수 있도록 모든 의료진과 시스템은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어린이와 죽음(On Children and Death)>은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 어린이와 어른이 어떻게 다른지? 연령에 따른 죽음의 개념은 무엇인지? 이별기간동안 어떻게 부모, 조부모, 형제자매를 도울
수 있는지? 아동자살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등의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로 쓰여졌다. 퀴블러 로스 박사는 어린이들도 자신의 죽음을 직감적으로
곧 영적인 차원에서 안다고 한다. “어린이의 즉흥적인 그림, 창작적인 미술작품, 시, 처음에는 ‘별 것 아닌’것 같은 아이들의 말 등 그들의
숨겨진 메시지의 뜻을 어른들은 그들이 죽은 다음에야 깨닫게 된다.”
죽음을 인지한 아이들은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죽음을 맞기
위해 신뢰할 만한 사람을 필요로 한다. 또한 “죽음이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생명력 있고 무조건적인 사랑과 아름다움에 싸여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죽은 것은 진짜 죽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여정을 앞서간 것뿐이다.”
결국 아이들은 나비가 되어 진정한 세계로
옮겨간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육체라는 형체는 진정한 삶이 아닌 껍질, 즉 번데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한번 알게 되면,
떠나보내는 데 대해 갈등을 덜 느낄 것이고, 모든 대가를 치러가면서 생명을 연장시키지 않은데 대해서도 죄의식을 덜 가질
것이다.”
결론 퀴블러 로스 박사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밝히고 있듯이 임종자를 돕는 일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평생을 통해
20,000여명의 임종자들을 도왔던 그녀는 죽음을 통해 죽음으로 삶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 영의 삶은 계속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임종자를
향한 그녀의 방법은 상담의 기초를 이루는 것으로, 먼저 임종자에게 주의를 기울여 저들의 편에서 들어주고, 그리고 나서 의술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퀴블러 로스 박사는 인간은 죽음 앞에서 죽음을 피할 수 없는 필연성과 누구나 죽는다는 보편성을 만나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죽음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죽음을 공포나 두려움으로 맞을 것이 아니고 오히려 죽음을 적극적으로 만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죽음을
적극적으로 만나게 하는 몇 가지 퀴블러 로스 박사의 신념이 있다.
첫째로, 이 세상의 삶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둘째로,
그녀는 인간을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로 이해한다. 아울러 인간은 태어나면서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본다. 삶의 한 과정으로서 죽음이란 끝이 아니고 죽음 너머의 또 다른 삶을 전제한다. 퀴블러 로스 박사는 결국 죽음을 통해 삶의 이야기 곧 삶의
중요성을 말하려 하는 것이다.
결국 퀴블러 로스 박사의 임종자들을 위한 삶은 무조건적인 인간 사랑에서 기초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인간사랑은 인간만 사랑한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퀴블러 로스 박사는 사람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이 둘은 밀접히
관련이 되어 있다. 인간의 탐욕, 미움이 서로의 죽음을 가져왔고, 이 땅을 황폐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고 퀴블러 로스 박사는 경고한다.
이점에서 퀴블러 로스 박사는 궁극적인 인류의 과제를 다시 한번 환기시킨다. 인류의 질병을 치유할 최고의 약은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를 용서하고, 동정과 이해를 갖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치유함으로서 우리는 어머니 대지를 치유할 수 있다. 이러한 무조건적인 사랑의
교훈을 인류가 배우는 길은 죽음에 대한 깊은 이해보다 더 소중한 자리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임종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저들을 돌보며
배려해야 한다.
죽음 앞에서 그리고 죽어가는 이들을 돕는 일을 통해서 인류는 비로소 인간의 궁극적 과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것을 온 몸으로 살았던 이가 퀴블러 로스 박사이다. <2003. 10. 6 죽음준비교육 월요강좌 강의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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