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말을 모두들 아실 것이다.
그런데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뜻의 이 고사성어는 그 자체로 배울 것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유래를 살펴 보면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화두를 하나 던져준다.
이미 아시는 분도 있으시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하여 그 고사성의 유래를 적어보면 이렇다.
한고조(한나라의 시조인 유방)가 일찌기 한가하게 한신과 더불어 여러장수들의 능함과 그렇지 아니함이 각각 차이가 있다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고조가 한신에게 물었다.
"나같은 사람은 (군사를) 얼마정도 거느릴수 있겠는가?"
한신이 대답했다. "폐하께서는 십만의 병사를 거느릴수 있는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고조가 다시 물었다. "그대는 어떠한가?"
한신이 대답했다. "신은(저는) 많으면 많을 수록 더욱 좋을 따름입니다."
고조가 웃으며 말했다.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라... (그럼) 어찌하여 (너는) 나에게 사로잡혀 있는가?"
한신이 대답했다. "폐하께서는 병졸들을 거느리지는 못하시지만 장수들을 잘 거느리십니다. 이것이 제가 폐하께 사로잡힌 까닭입니다."
(참고로 원문은 다음과 같다 ; 高祖嘗從容與信言諸將能不各各有差. 上問曰如我能將幾何. 信曰陛下不過能將十萬. 上曰於君何如. 曰臣多多而益善耳. 上笑曰多多益善何爲爲我禽. 信曰陛下不能將兵而善將將. 此乃信之所以爲陛下禽也.)
짧은 대화이지만 긴장감이 흐르는 대화다. 한고조 유방이 처음에는 한신의 대답을 듣고 부하보다 못한 왕이라는 생각에 화가 났을 것이나, 한신의 마지막 대답을 듣고 흐뭇해졌을 것이다. 한신의 마지막 말은 사람의 능력에 대한 중요한 핵심을 짚고 있다.
직장생활에서든 가정생활에서든 가장 중요한 능력은 사람 관리다. 그리고 사람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볼 줄 알고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치고 어느 한 사람 소중하지 않는 사람이 없겠으나, 시간적으로 제한된 삶을 보다 행복하고 보람되게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사람에 대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을 알고자 한다면 그 사람의 친구를 보라는 말도 있다. 그 사람 친구들의 됨됨이가 곧 그 사람인 것이다. 부모형제야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운명적으로 주어진 사람들이지만 친구는 자신이 자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구가 곧 그 사람을 드러내준다는 말은 결코 과언이 아니다.
큰 일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큰 사람을 만나고 사귀어야 한다. 스스로 큰 사람이 되어 어떤 일을 헤쳐나갈 수도 있겠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평범한 사람들은 작은 사람으로서 출발한다. 그러다 좋은 스승, 좋은 친구, 좋은 연인 등을 만나 큰 사람으로 발전한다.
그러한 만남이 우연적인 경우도 있겠으나 자신의 의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어렸을 때야 사람을 보는 눈이 높을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어렸을 때는 많은 사람을 접하면서 인간성의 다양한 면을 통찰할 수 있는 경험을 쌓는 것이 좋다.
그래서 어렸을 적 친구 중에는 성질이 포악한 친구도 있고, 유순한 친구도 있으며, 머리가 좋은 친구도 있고 나쁜 친구도 있다. 내 개인적으로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을 골라 사귀는 건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는 것 같다. 특별하게 폭력 서클 같은 곳에 있는 친구가 아니라면, 다양한 친구를 경험해 보는 것이 나중에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사람을 가리는 것이 좋다. 사람을 차별하라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성인군자처럼 모든 사람을 위해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자신의 인생 목표에 맞는 사람들을 위주로 인간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목표한 바가 클수록 큰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대기업의 CEO가 되고 싶다면 대기업의 CEO를, 선생님이 되고 싶다면 선생님을, 외교관이 되고 싶다면 외교관을,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대통령을, 군장성이 되고 싶다면 장군을, 백만장자가 되고 싶다면 백만장자를 만나야 한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역사적으로 그런 일을 실천하는 사람은 많았으며, 그렇게 인간관계를 쌓는 것이 자신이 목표한 바를 가장 빠르게 이루는 길이다. 사람에 대한 안목이 그 사람의 위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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