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激將術 격장술’은 전형적인 군사 모략의 하나이다. 심한 말이나 비정상적 행동을 통해 상대나 자기편 장병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해서, 그들의 분노·원한·격정을 불러일으킨다. 그 끓는 분노를 전투의지로 승화시켜 자신의 의지대로 유도한 다음 목적을 달성하는 모략이다. 이 모략은 인간 특유의 자존심을 활용한다. 자존심이란 자애 또는 자아 존중이며, 다른 사람·집단·사회로부터 존중을 받고자 하는 감정이자 인성의 본질적 약점이다. <좌전> <한비자>(내저설하) <사기>에는 이 ‘격장술’을 이용하여 절묘하게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춘추시대 초나라 성왕(成王)은 일찌감치 아들 상신(商臣)을 후계자로 지명해 두었다. 그런데 성왕의 재위 기간이 길어지면서 후계구도와 정치적 상황에 변화가 생겼다. 성왕이 늙어가면서 태자 상신도 나이가 들었다. 30, 40대 중년이 다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태자의 측근 세력들이 형성되었고, 태자는 자기만 바라보고 있는 측근들에게 어떤 형태로든지 보상을 해줘야만 했다. 그래서 오직 바라는 것은 아버지가 얼른 죽어 하루라도 빨리 왕위를 계승하는 것이었다. 이때 태자 상신은 이상한 소문을 들었다. 아버지가 자신을 폐위시키고 자기 자식뻘밖에 안되는, 젊은 첩에게서 난 서자를 태자로 앉히려고 한다는 소문이었다. 탈적(奪嫡)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상신은 참모 반숭(潘崇)에게 사태의 진상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겠는가 자문을 구했다. 반숭은 성왕이 총애하는 강미를 식사에 초대해 고의로 불손하게 대하라고 하였다. 상신이 반숭의 말대로 하자, 강미는 화가 나서 “천한 놈 같으니! 대왕이 네 놈을 내쫓고 공자 직(職)을 태자로 봉하려는 것도 당연하다”면서 나중에 두고 보자며 술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소기의 목적을 이룬 상신과 반숭은 선수를 쳐 쿠데타를 일으켜 성왕을 사로잡았다. 성왕은 시간을 벌기 위해 마지막으로 곰발바닥 요리를 먹고 싶다고 했지만 의도를 알아챈 상신은 아버지의 죽음을 재촉했다. 상신이 활용한 격장술은 보통의 격장술과 달리 독특한 점이 있다. 우선 격장의 목적이 당사자를 자극하려는 것이 아니라, 장차 자신의 운명과 관련하여 숨겨져 있는 어떤 특수한 비밀을 탐색해내는 데 있었다. 또 자극하려는 대상이 그 일의 집행자가 아니라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집행자와 가까운 자였다.
-사마천 史記사기의 대가 김영수 님의 글 중-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도 격장술이 나온다. 서량 변방의 맹장 마초가 멀리서 듣던 천하의 조조 그 1등 장군 허저의 명성을 들어 아는 터라 한번 붙어볼 기회를 찾다가 마주치게 된다. 조조는 마초의 영용함을 들어 허저를 주의시킨다. “마초는 여포 못지않은 장수이니 경솔히 대하지 말게” 그렇게 격동시킨다. 허저의 성격상 기죽지 않고 흥분하여 목숨 건 싸움을 할 것이다. 이것이 조조식 격장술(激將術)이다. 영화 황산벌에서도 사투리로 서로 욕을 하면서 엉덩이를 까 보이면서 성질을 돋구어 싸움에 나서게 하였고, 제갈량도 사마의[사마중달]에게 여자 옷을 보내서 전쟁을 안하고 지키는 것은 여자와 같다고 비유하여 자극했지만 결국 사마의가 전쟁을 안해서 이기게 되었다. 격장술은 치료에도 이용될 수 있다. 필자가 치료하는 흉터 치료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처음에 상처가 생기면 염증이 유발되고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흉터가 남는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면 저절로 흉터가 아무는 속도가 느려지고 변화가 거의 없게 된다. 즉 사마중달처럼 망루를 높게 하며 참호를 파서 지키기만 하고 장기간을 대비하고 싸우려고 하지 않는 태도이다. 그렇게 되면 공격하려던 원정군은 식량이 바닥나며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초초해지고 불안하게 된다. 흉터의 자연적 재생능력은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없어지니 치료가 쉽지 않다. 이럴 때 격장술과 같은 이미지한의원의 흉터침을 쓰는 것이다. 흉터침은 다시 흉터부위를 침으로 자극하여 염증을 유발하고 진피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러면 몸에서는 염증[성이 난 상태]이 유발되어 붉어지고 부풀어 오르고 가렵고 열이 나는 등 반응이 유발되게 된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몸은 전투태세에 들어가서 다시 흉터를 치료하는 기전으로 돌아서게 된다. 필자의 흉터침 치료중에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소염제나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등이 필요가 없다. 즉 격장술을 이용해 흉터의 자연치료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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