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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렉시 드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
    참고 자료 2013. 12. 11. 10:09

    알렉시 드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

    문화마당/명저 다시 읽기 2013/10/28 15:33

    De la démocratie en Amerique

     

     

    알렉시 드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

     

    김만기(자유경제원 교육문화실장)

     

     

     

    Alexis De Tocqueville

    (1805~1859)

     

     

    프랑스의 정치학자이자 역사가이며 정치가로 베르사유 재판소 배석판사를 지냈다. 1835년부터 1840년에 걸쳐 미국의 민주주의1, 2권 을 출간하여 조국 프랑스보다는 미국과 영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영국에서는 자유주의자와 교유하며 J. S. 밀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1849년 루이 나폴레옹에 의해 외무대신에 임명되었으나 4개월 후 사임하였다. 이후 프랑스 구체제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1859년 칸에서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떤 책인가

     

     

    미국의 민주주의의 원제는 De la démocratie en Amerique이다. 한마디로 미국 민주주의의 이론과 현실을 분석한 프랑스 자유주의 사상가의 정치사회학 저서다. 비록 신생국가이지만 민주주의를 실현시키고 있는 미국에 관하여 쓴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서로서 미국 역사와 정치제도 연구의 고전으로 통한다. 그는 1831~1832년 미국의 행형 제도를 연구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가 신세계답게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사회적 평등이 이루어지고. 신분적 차별이 없는 새로운 이념이 지배하고 있는 미국에서의 정치 제도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에 프랑스의 낙후된 정치상황에 대해 사회적 변화의 필요성을 공감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책은 사실상 토크빌이 자신의 조국 프랑스를 미국이라는 거울을 통해 비추어본 결과물이다.

     

     

     

    그는 서문 첫 문장에서 미국의 민주주의가 담고 있는 사상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내가 미국에 머무는 동안 나의 관심을 끈 신기한 일들 가운데 국민 사이의 생활상태의 전반적인 평등만큼 강렬하게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없다. () 그것은 여론에 독특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또한 법률에 특이한 경향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그것은 통치당국에 새로운 계율을, 그리고 피치자에게는 독특한 습관을 나누어준다. () 미국 사회를 연구하면 할수록 나는 이 평등한 생활상태가 모든 다른 사실들의 원천으로 보이는 기초적인 사실이며 또한 나의 모든 연구가 언제나 귀결하는 핵심이라는 것을 더욱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민주주의의 본질과 그와 관련된 삶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고전이다. 오늘날 민주주의가 당연시되고 있는 나라에서는 일반적인 평등의 이념이 그다지 새로울 게 없지만 프랑스의 당시 상황에서 토크빌에게 그것은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당시 대다수의 프랑스 귀족은 미국에서 새로 생겨난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일시적 유행일 뿐이라고 폄하하면서 곧 모든 것이 다시 좋았던(?) 옛날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토크빌은 비록 귀족 가문에서 자라났으나 그의 할아버지 말레제르브의 군주제에 대한 비판과 인민 자치를 옹호하는 주장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자유주의 사상에 심취했기 때문에 신생국가인 미국의 민주주의 실험(?)에 대한 관심은 매우 컸다. 또한 민주주의가 피할 수 없는 역사의 큰 흐름임을 확신했다.

     

     

     

     

    당시 미국은 헌법이 만들어진 지 50년도 채 안된 신생국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유와 평등이 민주적으로 실현된 공화제 국가였다. 토크빌은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가능하게 된 사회적 조건인 평등에 대단히 주목했다. 미국 사회의 원천이 평등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 스스로도 말했듯이 유럽에서 오랜 세월을 거친 귀족 정치는 자제심, 계획성, 정치적 기교를 바탕으로 세련된 입법 활동을 특징으로 하는 데 비해 미국의 정치제도와 법률은 결함 투성이고 불완전한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크빌이 미국의 정치 제도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주권재민, 즉 국민 주권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던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의회 제도가 처음 성립한 13세기 영국이 당시 유럽 중심권에서 벗어나 있는 변방이었던 것처럼 미국도 프랑스와 같은 유럽 구체제의 오랜 전통이 없었기 때문에 정치 제도의 채택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토크빌이 소개한 미국의 민주주의는 애초부터 프랑스에 도입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제도였는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이 책은 이후 오히려 미국과 영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오늘날까지 미국의 역사와 정치제도를 연구하기 위해 필수 고전이 되었다.

     

     

     

     

    이 책은 두 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가 프랑스로 돌아와 1835년에 발간된 1권에서는 북아메리카의 지리와 문물, 영국계 아메리카인들의 기원의 중요성, 아메리카의 주권재민 원칙 등을 소개한 다음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가능했던 요인으로 사회적 조건의 평등과 그것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요소들을 들고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미국의 정치제도와 법률 및 관습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북미대륙의 자연적 환경, 미국의 국제적 위치 그리고 미국 사회의 법률적, 관습적 조건들을 폭 넓게 다룬다. 뿐만 아니라 그는 미국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지방의 분권적 자치제도를 다루면서 실제 구성요소인 타운, 카운티, 주정부, 나아가서 대통령과 행정부, 양원으로 이루어진 입법부, 사법부 및 연방헌법 그리고 지방정부와 연방정부 사이의 상호 관계 등과 같은 미국의 정치제도 전반에 대하여 개괄적으로 고찰한다. 또 미국의 정치 체제 분석과 함께 이러한 성공적 사례와 그 이유들을 설명하면서도 미국사회에 잠재되어 있는 민주주의의 적대적인 요소로서 노예제도와 이에 대한 남부와 북부의 갈등, 인디언과 흑인의 인종문제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그는 서론에서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1권에서는 민주주의가 그 성향과 경향대로 거의 무절제하게 고삐가 풀려서 정부의 방향을 정함으로써 법률에 부여한 특징 그리고 전반적으로는 민주주의 국정 전반에 걸쳐 미친 통제력을 살펴보려고 했다. 나는 민주주의가 가져오는 이점과 해악점을 알아내려고 했다. 나는 미국인들이 민주주의를 통제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안전 장치들과 또한 그들이 채택하지 않는 장치들을 고찰했다. 또한 민주주의가 사회를 다스리게 하는 요인들을 찾아내려고 했다.”

     

     

     

     

    이 책의 1권이 민주주의의 정치적 결과를 다루고 있다면, 5년 뒤인 1840년에 발간된 2권에서는 그의 시야를 더 극적으로 높여 좀 더 관념적이고 분석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심층적인 통찰이 이어진다. 민주주의가 미국의 지식인, 미국인의 감정, 풍습, 정치 문화에 준 영향을 서술하면서 미국인들의 사고와 행동방식과 생활태도를 전반적으로 논의하고, 전체 사회·문화에 대한 민주주의 제도의 영향을 다룬다. 넓은 의미에서의 사회, 곧 개인의 일상생활과 지성, 도덕, 국민성을 이루는 관습, 감정의 양태 등에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가를 살피고 있다. 다양한 문화 양상에 걸쳐 민주 사회의 모델, 여러 조건이 평등한 사회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 문화의 여러 양상은 어떠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가를 묘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철학의 사고방식, 과학과 학문의 연구방법, 직업 및 산업활동의 여건, 문학과 시 등 미국인들의 전반적인 삶을 민주주의와 연관해서 논의한다. 또 귀족제도와 민주주의를 상호 비교하고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잠재적인 위험과 관련 상황들을 분석하고 있다.

     

     

     

     

    그는 서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미국에서의 평등한 생활상태와 민주정부가 민간사회, 관습, 사상 및 습관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기술하려는 것이 나의 목적이었다. () 내가 미국에서 본 것을 알리는 데 성공했는지 못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제대로 알리려는 것이 나의 진정한 소망이었으며, 또한 무의식 중이라면 모르지만 알면서는 결코 사실을 관념에 꿰맞추지 않았다는 것을 확언한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든 평등이라는 역사의 섭리, 민주주의라는 역사적 요구를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민주주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각 나라마다 자연 조건과 역사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미국의 민주주의 체제가 모든 나라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민주주의는 하나의 성공적인 예일 뿐이다. 다만 민주주의를 실현시키는 데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참고할 만한 유익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토크빌 자신도 이 책을 쓴 이유가 미국의 민주주의를 선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말한다. 인류가 추구하는 역사의 목표인 민주주의의 보편적이고 공통된 조건과 각 나라의 고유한 상황과 조건 사이에서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데 이 책은 더 쉽고 더 정확하게 유익한 길을 제공하는 지침서가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강대국 미국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게 된다. 또한 민주주의의 여러 가지 좋은 점과 함께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폐단과 위험에 대해서도 중요한 인식을 얻게 된다. 민주주의의 올바른 습관을 익히기 위해서는 한 번쯤은 읽어 볼만한 교양서적이다.

     

     

     

     

     

     

     

     

    알렉시 드 토크빌은 누구인가

     

    알렉시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 180559)은 프랑스의 정치 사회학자이자 역사가이며 정치가로 미국의 민주주의(1835,1840)구체제와 혁명(1856)이라는 저서를 통해 민주적인 사회변동을 옹호한 대표적인 자유주의 사상가다.

    1805년 노르망디의 귀족 가문에서 셋째 아들로 태어났지만, 당시 프랑스 혁명 후 혁명정부의 출현으로 유년시절에 그의 집안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의 할아버지 말레제르브가 루이 16세를 변호하면서, 많은 친척이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시대에 단두대에 처형되었다. 덕분에 친척들의 유산을 상속받았지만 불안한 상황은 지속되었고, 이런 환경에서 토크빌은 잘생긴 외모와는 달리 허약한 신체와 유약하고 약간 충동적인 성격과 경계심이 많았다.

    그의 할아버지 왕실에 충성했지만 정치적으로는 군주제를 비판하고 인민의 자치를 주장하는 개혁적 인물이었다. 그는 나는 말레제르브의 손자다. 말레제르브는 왕 앞에서는 인민을, 인민 앞에서는 왕을 옹호했다. 그의 위대함은 내가 지금까지도 잊지 않고 또 결코 잊을 수도 없는 본보기다라고 쓰고 있다.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는 자유주의적 입장을 수용하였다.

    그는 16세에 메츠의 왕립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하고 파리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며, 1827년 베르사유의 재판소에서 배석판사를 지냈다. 하지만 그는 역사 연구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자 했다. 그의 아버지는 부르봉 왕가에서 높은 관직을 지냈으나, 18307월 혁명으로 부르봉 왕이 몰락하면서 그의 정치적 전망도 불확실해졌다.

    그래서 그는 많은 어려움 끝에 1831년 허가를 받아 동료인 보몽과 함께 약 1년간 미국의 교도소 시스템 등 행형제도를 연구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적 지원 없이 자비로 미국을 방문하였다. 이 여행에서 그는 미국이라는 신생국가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되고, 또 미국과의 비교를 통해 다른 유럽 국가들에게 적합한 민주주의의 길을 찾고자 하였다. 19세기 근대 철학자들이 그랬듯, 토크빌도 기독교와 현대세계를 화해시키는 일에 주력했다. 시민의 의무에 관한 자유주의적 교의가 기독교 도덕을 완성시키는 데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그는 프랑스혁명 이후의 정치흐름을 파악하고 민주주의가 새로운 체제로 자리매김할 것을 깨달으며 민주주의를 지원하기로 맹세했다. 미국을 여행하고 돌아온 그는 프랑스에 나타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기독교와 자유주의가 결합되어 있는(그는 이것을 기독교적인 자유관이라고 표현한다) 미국의 제도를 생각했다. 미국 여행의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1835년과 1840년에 미국의 민주주의1, 2권을 각각 출간하였고, 1권은 출간되자마자 미국과 영국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토크빌은 일약 유명해졌으며, 현대의 몽테스키외라고까지 불렸다. 또한 영국에서 자유주의자와 교유(交遊)하며 J. S. 밀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토크빌은 현실정치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1839년 하원의원에 당선되었으며, 1841년에는 프랑스 아카데미의 회원이 되었다. 의원활동 기간 동안 그는 노예폐지를 옹호하고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등 그의 사상을 활발히 전개해나갔다. 1841년부터 1846년까지 알제리를 여행하기도 했다. 이때 그는 동화정책을 사용하는 프랑스식 식민지 정책보다는 이 민족을 섞지 않는 영국식 정책을 지지하면서, 프랑스 식민지 주민의 처우개선에 정열적인 활동을 펼쳤다. 한편 그는 작은 목소리 때문에 대중 연설에 곤란을 겪었고 동료와도 잘 어울리지 못하기도 했다.

    19482월 혁명 이후, 그는 1849년 루이 나폴레옹에 의해 외무대신에 임명되나 바로(Barrot) 내각의 해체로 4개월 후 사임하였다.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1848년에 혁명에 대한 회상록, 건강이 좋지 않았던 시기인 1856년에 구체제와 혁명을 저술하였다. 이 역시 유럽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유럽 자유주의의 대표 인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는 1850년부터 앓아 온 폐결핵으로 1859년 향년 53세의 나이로 칸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 구체제와 혁명(1856)은 왕치산(王岐山)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기율위원회 서기가 공산당원들에게 일독을 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의 민주주의의 현대적 의미

     

     

    토크빌의 여행과 통찰력

     

     

     

    토크빌이 30살이 채 되지 않는 젊은 나이에 미국을 여행하고 이 책을 썼다는 것과 이 책의 방대하고 놀라운 지혜와 통찰력을 볼 때 가히 놀라운 일이 아니라 할 수 없다. 토크빌을 연구한 대부분 사람들은 그의 재능과 학식으로 보아 이 책을 저술할 만하다고 인정한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도 이 책에 대한 추천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다섯 번째 책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유명한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입니다. 이 책은 정치과학자가 쓴 첫 번째 실용서라고 여겨집니다. 작가가 19세기 초에 미대륙을 1년 남짓 여행을 한 것을 기반으로 쓴 여행기입니다. 토크빌은 진정한 저의 스승님입니다. 토크빌이 여행을 했기 때문에 저도 여행을 하는 것입니다. 그가 방법을 보여주었어요. 만약 어떤 나라의 사람들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그곳에 직접 가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역설했어요. 또한 토크빌은 미국이 세계를 이끄는 나라가 될 것임을 예견한 첫 번째 사람이었어요. 1830년대에 그것은 사실이었고 오늘날도 그렇죠. 제 자신도 미국에 대해 많은 책을 썼어요. 왜냐하면 저도 토크빌이 주장했던 직접 방문을 하는전통을 계승하고 싶기 때문이죠.”

     

     

     

     

     

    이 책은 가치중립적인 초연한 과학자의 저술이라기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접하고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정치제도를 도모하기 위해 쓰인 저술이다. 토크빌은 오히려 과학적 지위를 주장한 모든 사회이론들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온갖 종류의 역사적 결정론을 거부하며, 시민은 자신의 능동성 즉 자신의 운명을 수정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토크빌은 이 책을 기술하는 중에 종종 날카롭고 탁월한 역사적 통찰력을 보여준다. 민주주의 시대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기본적인 삶의 태도에 대해서 예리한 분석과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은 모두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이런 욕구가 평등한 사회적 조건에서 부단한 노력을 통해 얻어진 결과물이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인간이 만든 단순한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역사 속에서 얻어진 인간 자기본성의 실현이다. 1권의 마지막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비록 방식은 다를지라도 가까운 미래에 역사를 뒤흔드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을 내다보는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자유와 평등 그리고 민주주의의 생태학적 특징

     

     

    토크빌은 이 책을 통해 미국의 사례로 민주주의의 생존조건에 대해서 합리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제공한다. 또 미국이란 나라가 서 있는 기반과 근간에 대한 포괄적이고 본질을 꿰뚫는 예지의 교훈들을 담고 있다. 토크빌의 말대로 평등은 아무도 거스를 수는 없는 신적인 역사의 섭리다. 현재 각 나라마다 민주주의를 성취한 정도는 다르다 할지라도, 또 국가와 민족에 따라 방식은 다르다 할지라도 결국 평등과 자유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토크빌은 조건의 일반적 평등을 신의 섭리로서 저항할 수 없는 흐름으로 생각했다. 이것은 신분의 평등을 말한다. 당시 모든 사회는 전제군주 앞의 평등이 이루어지고 있거나, 심지어 인민이 지배할 때도 전제주의적 잠재성이 존재하는 전체주의적 민주주의사회였다. 미국 사회는 이 같은 전제주의나 잠재성이 없는 새로운 유형의 사회였다. 미국은 신의 섭리인 조건의 평등이 존재하는 나라였다. 이러한 평등을 바탕으로 다수의 절대주권이 성립하고, 절대주권의 성립으로 인민에 의한 지배가 이루어지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미국의 정치 제도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한다. 조건의 평등 외에도 미국에 다른 나라에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은 아메리카 대륙의 풍요로운 자연환경과 자치체계, 이주민들의 종교와 관습 등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로 초창기 이주민들이 미 대륙에 도착했을 때는 풍부한 자원에 비해 초목이나 황무지를 개간하는 일부터 사회 기반 시설을 만드는 일까지 모든 일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상태였다. 이러한 노동력의 수요는 일자리를 만들었고, 경제적 풍요를 가져왔다. 그리스 시민이 노예를 통해 경제적 문제를 해결한 후 정치 활동이 왕성했던 것처럼,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을 개발하던 초기였던 덕분에 구성원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로 미 대륙에 온 이주민들은 마을의 구성원 누구라도 재산이나 출신에 상관없이 자치 규정을 만드는 회의에 참석해야 했다. 그들은 이미 본국에서 일정 수준 정도의 교육을 받았고, 회의 진행 방식이나 새로운 법을 만드는 데 필요한 참고 사항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 인구와 마을의 규모가 커지면서 주 정부가 형성되었고 주 단위의 법을 만들었다. 이어 주, 즉 작은 나라들이 살기 위해 모여 연방 정부를 구성하였다. 헌법에는 주 정부와 연방 정부의 입장을 절충했다. 주들에게 지나친 권위를 부여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그들의 힘을 완전히 파괴하지도 않았다.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되는 입법부는 주와 연방의 균형을 맞춘 결과물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완성된 미 정부는 의사소통 체계도 Top-down이 아니라 bottom-up 방식이다. 현재도 미국은 주에 따라 법이 다른 경우가 많다. 마을의 자치를 인정하는 미국 초창기 민주주의의 특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주로 청교도 출신이라는 점과 높은 수준의 신앙심은 법 집행을 수월하게 만들었다. 모든 신자들은 평등하다는 청교도의 개념, 그들의 생활 습관과 태도는 민주주의의 좋은 토양이 되었다.

     

     

     

     

    이 책에서 토크빌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비록 미국과 같은 지리적 조건과 역사적 상황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자유와 평등이라는 사회적 조건이 갖춰지면 어느 나라라도 미국과 똑같지는 않지만 자기 나름의 민주주의를 이룩할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 있다. 또 그는 이 책에서 미국의 사회적 조건이 왜 다른 나라보다 더 평등했는가, 또는 미국이 평등의 조건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요인에 근거하는가에 대한 설명에 많은 지면을 할당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조건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조건을 만들어내는 길은 항상 같을 수 없다.

     

     

     

     

    사실 민주주의가 최선의 제도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최소한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존재한 제도 중에서 차선의 제도로서는 가장 우수하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역사상 다른 어떤 제도보다도 인간에게 가장 유익하고 가장 인간의 본성에 적합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링컨의 그 유명한 연설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야말로 민주주의를 한마디로 정의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이는 국민이 스스로 주인으로서 국민을 다스리는 국민의 정부를 수립한다는 것이다. 바로 주권재민 또는 국민주권 즉, 모든 권리 행사의 원천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이다. 모든 국민이 정부의 수립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로운 권리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보장될 때 국민이 주인인 정부를 수립될 것이다.

     

     

     

    민주주의의 성공과 위험 그리고 언론의 자유

     

     

    그는 1권과 2권을 통틀어 민주주의의 성공과 위험을 동시에 다루고 있다. 그의 가장 큰 관심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성공에 있는 만큼 그는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할 수 있거나 민주주의가 실수할 수 있는 위험이나 적대적인 요소에 대해서도 충분히 지적하고 있다. 1권에서 미국의 민주주의 성공적 사례와 그 조건들 및 직면하고 있는 위험을 지적했다면, 2권에서는 민주주의와 귀족주의를 상호 비교하면서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잠재적인 위험과 국면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1830년대 당시 미국의 종교·법률·관습 등 여러 제도와 그러한 제도들의 민주주의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이 책은 민주주의 본질에 속하는 내면적인 특성과 그러한 특성으로부터 생겨나는 여러 가지 삶의 관련성은 물론, 삶의 전반적인 분야에 있어서 민주주의 시대의 독특한 사고와 행위방식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적합한 단초를 제시 하고 있다.

     

     

     

     

    토크빌이 이 책을 저술한 진짜 목적은 미국과 상당히 상황과 조건이 다른 그의 조국 프랑스는 물론 유럽에서 어떻게 민주주의가 미국과는 다른 어떤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토크빌은 이 두 권의 책에서 신생국가인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가능하게 된 사회적 상태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민주주의가 가능하게 된 사회적 조건, 즉 사회적 평등이 역으로 민주주의를 어떻게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고찰한다.

     

     

     

     

    토크빌은 민주주의가 중시하는 평등의 원리가 인간의 독립에 끼치는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민주주의의 위험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자연적으로 자유보다는 평등을 중시하므로 개인을 약하게, 국가를 극단적으로 강하게 만들 것이다. 결국 그들은 약한 국민과 무력한 국가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 평등의 원리가 인간으로 하여금 과거와 같은 예속상태로 나아갈지 평등이 공급하는 새로운 이익(독립, 자유, 지혜, 인간의 무한가능성)을 얻는 쪽으로 나아갈지는 전적으로 현재 우리 자신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흥미롭게도 토크빌은 자유와 평등을 이율배반적인 것으로 보았다. 이는 당시의 사회주의자들이나 급진자유주의자들과는 달랐다. 사회가 민주적이 될수록 사람들은 자유와 평등 두 가지를 모두 추구하지만 평등을 자유보다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유는 획득하기도 어렵고 그 이점도 잘 보이지 않는 반면 평등은 그 이점이 매우 즉각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평등을 더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물질적 번영을 얻기 위해 자유를 선호하지만, 만약 자유가 물질적 번영을 위협하는 상황이 온다면 자유를 희생해서라도 물질적 복지와 조건의 평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토크빌은 민주주의에서의 평등화의 경향뿐만 아니라 개인주의로부터 오는 민주적 전제주의의 가능성과 위험성을 경고했다. 예를 들면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 사회적 평등이 사람들로 하여금 물질적 복지에 대한 애착으로 자신의 일에만 집착하게 만드는 개인주의가 만연하게 됨에 따라 사람들의 삶은 서로 고립되고 서로를 연결시켜 주던 교회·가족·길드·지역공동체 등 전통적인 유대는 거의 모두 해체되거나 약화된다. 마침내 국가적 일에는 무관심하게 되어 모든 개인의 권리 위에 국가가 군림하게 되는 위험을 경고했다. 또한 이러한 개인주의 경향은 개인들의 다양한 의견보다는 대중의 여론이 사회를 지배하게 하고, 또 사람들은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어, 개인들은 책임 없이 거기에 안주함으로써 전제주의를 부추긴다.

     

     

     

     

    이러한 평등에 대한 열망, 다수의 횡포, 자유의 자발적 포기로 인한 전제주의 혹은 국가사회주의라고 불리는 국가가 기반이 되는 독재 사회(거대공동체가 가장 중요한 집단이므로 이를 위해 개인이 모든 힘을 다해 참여해야 한다는 사상)가 출현할 가능성도 예상했다. 민주주의의 몰락과 함께 20세기 초에 나타난 파시즘이나 나치즘 등이 역사적 실증일 것이다. 자유와 평등 사이의 갈등은 오늘날 여러 민주주의 나라들에서 풀어야 할 중대한 과제다.

     

     

     

     

    한편 그는 그러한 위험을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한다. “평등에 의해 나타나는 악에 맞서기 위해서는 오직 한 가지의 효과적인 방법밖엔 없다. 바로 정치적 자유다. 특히 언론(신문)의 자유야말로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미국의 민주주의 뒤에는 다른 나라가 결코 넘볼 수 없는 언론의 자유가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이기적인 개인을 양성하고, 이기적인 개인은 자신의 영역에서 자신의 영리활동을 도모함으로써 자본주의를 발전시킨다. 이 과정에서 개인이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박해를 당한다면 언론이라는 안전판을 통해 개인의 불평을 국민에게 호소할 수 있었다. 이러한 언론의 자유가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들로 하여금 번영을 구가할 수 있게 했던 것이다.

     

     

     

    세계 최고 강대국 미국, 미국의 민주주의와 대한민국

    토크빌은 미국이 이룩한 민주주의를 성공의 예로 제시했다. 민주주의에 살든지 그렇지 않든지 간에, 또 현재 민주주의 노정이 어떤 단계에 있든지 간에 그의 저서는 큰 유익함을 제공한다. 미국은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이다. 특히 2차 대전 이후 온 세계가 누리는 평화는 미국의 강력한 힘에 도움을 받았다. 온 세상에 퍼져 있는 미국 문화의 영향력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친미냐 반미냐는 논란을 넘어서 그 규모에 있어서 엄청난 것이다. 사실 현재의 미국은 토크빌이 이 책을 쓰던 당시와 많이 다르다. 그 위상과 군사력에 있어서 그 당시 미국은 지금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법률적인 관점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별히 대한민국의 최근대사는 미국과 결코 분리되어 생각할 수 없다. 광복과 독립, 한국전쟁, 경제부흥, 최근 두 차례의 경제위기 등이 그러하다. 또한 당분간 대한민국의 미래도 경제적·군사적으로 미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최근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는 부류와 그 들을 악마의 화신으로 여기는 부류가 있다. 아마 그 중심에는 반독재=민주화, 친미=반북(반미=종북), 이런 시각들이 있을 것이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종북 세력에 대한 척결 움직임과 종북 세력으로 보이는 무리들의 반미 행태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오늘날 이 시점에서도 미국은 우리의 가장 큰 우방이다. 일부 또는 대다수 우리 국민 중 일정 부분에 있어서 미국에게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미국은 경제적으로든 군사적으로든 현실적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번영과 생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국가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현재의 미국도 정신적 뿌리는 토크빌이 보았던 그 미국과 다르지 않다. 오늘날의 미국은 그 당시 미국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통하여 현 미국의 정신적 모태가 되는 그 당시의 미국을, 미국을 우방으로 받아들인 그 당시의 대한민국을 이해하고, 오늘날의 미국, 무엇보다도 미국의 민주주의의 기본적 원리에 대해서 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가지고 있는 민주주의의 유산이야말로 미국이 최강의 국가로 인정받는 진정한 이유다.

     

     

     

    이를 통해 오늘 날의 대한민국을 올 바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미국의 민주주의의 특성을 통하여 차선일 수밖에 없는 민주주의를 이해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 내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이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더불어 먹고 사는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그리스의 시민이나 초창기 미국인들처럼 경제적 여유로움이 있어야 민주주의를 이행할 수 있다. 먼저 정당과 정부의 정책으로 시민의 생활환경이 변해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에 뿌리내리는 건 그 다음 일이다.

     

     

     

    토크빌도 말했지만 사람들은 보통 습관을 바꾸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것을 편하게 여긴다. 하물며 한 나라의 국민 습성을 바꾸는 것은 얼마나 어려울 것인가? 이것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가 하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또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습성을 갖도록 가르치고, 평등과 자유의 가치를 몸에 배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자신의 운명에 무관심한 자들은 자신의 국가의 운명에 대해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습관을 익히기 위해서 유익한 교양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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