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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는 입체영상? 홀로그래피 원리
    참고 자료 2013. 5. 31. 17:06

     출처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0&contents_id=3565&leafId=632 


    홀로그래피 원리_세상은 입체영상

    만원권 지폐와 신용카드에는 입체영상(홀로그램)이 새겨져 있다. 입체영상이란 3차원의 정보를 2차원 면에 새겨 넣은 것이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3차원 영화는 사람의 눈처럼 두 개의 시각에서 촬영한 정보를 저장하여 입체감을 느끼게 한다. 입체영상도 원리적으로 이와 비슷하다. 입체영상은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비춘 정보를 2차원 평면에 담아둔 것으로 여기에 빛을 반사시키면 3차원의 영상을 얻는다. 이런 기술을 입체사진술(홀로그래피)이라고 한다. 입체사진술은 1947년 헝가리계 물리학자인 데니스 가보르(데니스 가보어, Dennis Gabor, 1900~1979)가 처음으로 개발했다. 그는 이 공로로 1971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우주의 삼라만상이 전부 입체영상이라면?

    만약 여러분과 여러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물, 컴퓨터, 책상, 사무실, 집, 자동차, 나무, 공기, 여러분의 가족, 지구, 태양계, 심지어 우주의 삼라만상이 전부 일종의 입체영상이라고 하면 믿을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우리가 보고 듣고 겪는 이 모든 것이 물리적 실체가 아니라 저 멀리 우주 끝 어딘가의 거대한 평면에 2차원적으로 기록된 무언가의 입체영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누군가가 말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마치 영화 [인셉션]과도 같은 허무맹랑한 SF 소설이라고 치부해 버릴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들은 우리 우주 전체, 그리고 그 속의 모든 삼라만상이 하나의 거대한 입체영상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일러 사람들은 입체사진술 원리, 혹은 홀로그래피 원리라고 한다. 홀로그래피 원리란 다음과 같다.


    오천원, 만원, 오만원권 지폐에는 홀로그램이 붙어 있다.

    오천원, 만원, 오만원권 지폐에는 홀로그램이 붙어 있다.

     

    “어느 공간에 대한 모든 물리적인 정보는 그 공간을 둘러싼 경계면에 최소단위의 넓이로 저장되어 있다.”

     

    여기서 최소단위 넓이란 플랑크 넓이로 알려진 양이다. 홀로그래피 원리는 한마디로 말해 공간의 모든 정보가 경계면의 유한한 화소낱(pixel)에 저장돼 있다는 얘기다. 플랑크 넓이는 한 변이 약 10-33cm 되는 정사각형의 넓이로서 1비트의 정보를 저장한다. 이 정도의 척도에서는 양자역학이 무척이나 중요해진다. 그래서 홀로그래피 원리는 공간에 대한 양자역학적 원리라고도 할 수 있다. 홀로그래피 원리에 의하면 어떤 물리계를 기술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의 양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다. 물리적으로 의미 있는 정보가 공간에 무한정으로 퍼져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경계면 위에 유한하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입체사진술 원리의 출발은 블랙홀에서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중력은 시간과 공간이 합쳐진 시공간의 요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의 정보에 대한 획기적인 발상인 홀로그래피 원리는 중력이론에 심대한 의미를 갖는다. 사실 홀로그래피 원리는 중력에 대한 연구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출발은 블랙홀이었다.

     

    블랙홀의 상상도. 홀로그래피 원리는 블랙홀의 연구에서 나왔다. <출처: (cc) Ute Kraus, Space Time Travel 등>

    블랙홀의 상상도. 홀로그래피 원리는 블랙홀의 연구에서 나왔다.
    <출처: (cc) Ute Kraus, Space Time Travel 등>

     

    블랙홀은 중력이 아주 센 물리적 실체로서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는 시공간의 영역을 말한다. 블랙홀에는 지평선(horizon)이 있어, 외부에서 이선을 넘어서면 다시는 블랙홀 밖으로 탈출하지 못한다. 블랙홀의 지평선은 말하자면 불귀점(不歸點)이다. 그리고 블랙홀의 내부에는 중력과 밀도가 무한대에 이르는 특이점(singularity)이 존재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블랙홀이라는 작명은 우주론의 거두였던 존 휠러의 작품이었다. 그런데, 휠러의 학생 중 한 명이었던 제이콥 베켄슈타인(Jacob D. Bekenstein)은 1970년대 초반에 블랙홀의 엔트로피가 블랙홀의 넓이(즉 지평선의 넓이)에 비례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엔트로피(entropy)란 어떤 물리계가 가지고 있는 무질서한 정도를 나타내는 물리량으로서 그 계가 가질 수 있는 상태의 수로 표현할 수 있다. 엔트로피가 크면 그만큼 계의 무질서한 정도가 커진다. 책상을 아무리 잘 정리해 두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아주 난잡해지는 것은 시간에 따라 책상 위의 물건들의 엔트로피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고립된 물리계의 엔트로피는 이처럼 시간에 따라 증가하는 (혹은 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열역학 제2법칙이라고 한다. 따끈한 방에 오래 있으면 언 발이 녹지만 아무리 시간이 많이 지나도 내 몸의 열이 다시 방으로 옮겨지며 체온이 내려가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블랙홀의 지평선의 넓이가 엔트로피에 직결된다

    제이콥 베켄슈타인(Jacob D. Bekenstein, 1947~) 블랙홀의 열역학의 선구자.

    제이콥 베켄슈타인(Jacob D. Bekenstein, 1947~) 블랙홀의 열역학의 선구자.


    베켄슈타인이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블랙홀과 관련된 물리적 양들이 마치 열역학의 물리량들과 일종의 대응관계에 있음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베켄슈타인이 자신의 주장을 내놓기 1년 전,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의 지평선의 넓이가 시간에 따라 결코 감소하지 않는다는 점을 규명했다. 이는 시간에 따라 엔트로피가 감소하지 않는다는 열역학 제2법칙과 외견상 비슷하다. 그러나 블랙홀이 엔트로피를 가지며, 그 넓이가 엔트로피와 직결된다고 주장한 것은 베켄슈타인이 처음이었다.


    블랙홀도 엔트로피를 가져야 한다고 베켄슈타인이 생각했던 이유는 열역학 제2법칙 때문이었다. 블랙홀은 가장 단순한 경우 그 질량 하나로 블랙홀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 만약 아주 높은 무질서도(즉 엔트로피)를 가진 입자들이 블랙홀에 빠져 버리면 처음의 무질서함은 사라져 버린다. 왜냐하면 블랙홀은 그 질량 하나로만 표현이 되기 때문이다. 블랙홀 밖에서는 블랙홀 안쪽이 어떤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베켄슈타인은 블랙홀 자신도 엔트로피를 가지고 있으며, 반응을 통해 블랙홀의 엔트로피가 충분히 커진다면 열역학 제2법칙을 위배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블랙홀의 물리량과 열역학적 물리량들을 비교한 결과, 그는 블랙홀의 엔트로피가 지평선의 넓이에 비례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것을 일반화된 열역학 제2법칙이라고도 부른다.) 바야흐로 ‘블랙홀 열역학’이 시작된 것이다.

     

     

    블랙홀 속의 정보량은 지평선의 넓이에 대응

    호킹은 처음에는 베켄슈타인의 결론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곧 블랙홀을 열역학적으로 세밀하게 분석하여 베켄슈타인이 옳았음을 뒷받침했고, 뿐만 아니라 블랙홀의 엔트로피가 실제로 지평선의 넓이의 1/4임을 밝혔다. 1974년의 일이다. 엔트로피는 물리적 계의 정보량을 나타내기도 한다. 호킹과 베켄슈타인에 의하면 블랙홀의 모든 정보는 3차원 공간이 아니라 2차원 평면에 모두 저장되어 있다. 그래서 홀로그래피 원리의 좋은 본보기이다.

     

     

    입체영상으로서의 세계 (The world as a hologram)

    블랙홀에 대한 베켄슈타인과 호킹의 연구 성과가 시공간에 대한 양자역학적 통찰력으로 이어진 것은 약 20년이 지난 뒤였다. 1993년, 네덜란드의 국보급 과학자로 추앙받는 유트레히트 대학의 제라드 토프트(Gerad 't Hooft)는 [양자 중력에서의 차원감소 Dimensional reduction in quantum gravity]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토프트는 25세 되던 해에 썼던 박사학위 논문으로, 그의 지도교수였던 벨트만과 함께 1999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학위논문은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의 내적 정합성을 규명한 것으로, 이휘소 박사가 큰 영감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토프트는 현존하는 최고의 물리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토프트의 1993년 논문은 홀로그래피 원리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 논문에서 중력이 그보다 한 차원 낮은 공간에서의 비중력 이론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토프트에 의하면 어떤 부피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그 부피의 표면으로 주어지는 자유도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중력이 아주 중요해지는 영역으로 들어가면 이 세상은 3차원 공간이 아니라 2차원 공간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토프트의 아이디어는 2년 뒤 레너드 서스킨트에게로 이어졌다. 서스킨트는 [입체영상으로서의 세계The world as a hologram]라는 논문에서 3차원 공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 그로부터 멀리 떨어진 2차원의 “스크린”에 투사되어 표현되더라도 그 어떤 정보손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3차원 물체의 정보는 2차원 스크린 위의 “화소낱(pixel)”에 저장되는데 하나의 화소낱은 1비트의 정보만 가지고 있어서 불이 들어오거나 들어오지 않거나 둘 중의 하나만 표현한다. 그리고 스크린을 향해 같은 방향에 있는 물체의 정보는 더 많은 화소낱을 도입함으로써 표현할 수 있다. ‘hologr am’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이다.


    제라드 토프트(Gerad 't Hooft). 1999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홀로그래피 원리의 효시로 불리는 논문을 썼다. <출처: (cc) Wammes Waggel>

    제라드 토프트(Gerad 't Hooft). 1999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홀로그래피 원리의 효시로 불리는 논문을 썼다.
    <출처: (cc) Wammes Waggel>

     

     

    초끈이론의 발전으로 다시 각광을 받게 된 입체사진술 원리

    입체사진술 원리가 다시 각광을 받게 된 것은 초끈이론의 발전 때문이었다. 비교적 최근인 1997년 아르헨티나 출신의 후안 말다세나(Juan Maldacena)는 대단히 획기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큰 N 극한에서의 초등각장론과 초중력 (The large N limit of superconformal field theories and supergravity)”이라는, 다소 전문적인 제목을 달고 있는 이 논문은 초끈이론 40년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논문으로 평가 받고 있다. 2010년 8월까지 이 논문은 6900여 회 인용되었을 정도이다. 이 논문의 결과는 흔히 ‘말다세나 추론’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한마디로 말하자면 소립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양자장론이 그보다 한 차원 높은, 말안장 혹은 프링글스 과자처럼 생긴 공간에서의 중력이론과 등가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 추론의 핵심이다. 공간에 대한 이론을 담고 있는 중력이론이 한 차원 낮은 그 공간의 경계면에서 정의된 양자장론으로 치환될 수 있으니까 이 또한 홀로그래피 원리의 예에 해당한다. 말다세나 추론은 아직 엄밀하게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경우에 이 추론이 성립함을 확인하였고 지금도 그 원리를 이용하여 핵물리학, 응집물질 물리학에서도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우주는 입체영상일까? 실험은 진행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 만물은 단지 입체영상일 뿐일까? 그것을 검증하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 만물은 단지 입체영상일 뿐일까?
    그것을 검증하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정말로 우리가 사는 우주는 입체영상에 지나지 않을까? 그것을 실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워싱턴 대학의 호건(Craig J. Hogan)은 재작년인 2008년 그 방법을 한 가지 제안했다. 만약 홀로그래피 원리가 옳다면 물리적인 실체는 저 멀리 경계면의 플랑크 넓이 안에 담겨 있다. 하지만 공간 안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자유도를 가진 물체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플랑크 크기의 정보가 공간 속으로 ‘투사’될 때는 마치 영화관의 영사기에서 나온 빛이 스크린에 이를 때처럼 ‘확장’될 수밖에 없다. 호건은 이렇게 ‘번지는’ 효과, 즉 ‘입체사진술의 잡음(hologra phic noise)’을 지상에 있는 중력파 검출장치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독일의 중력파 검출장치인 GEO600에서 알 수 없는 잡음이 계속 감지되고 있어 호건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 잡음이 정말로 홀로그래피 원리와 관련된 잡음인지 다른 근원을 가지고 있는지는 좀 더 세밀한 분석을 해봐야 알 수 있다.

     

    중력파도 아직 실험적으로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GEO600이 모든 잡음을 걷어내고 중력파를 실제 검출해 낸다면 이는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발견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제거되지 않는 잡음이 계속 남아 입체사진술의 잡음으로 최종 확인된다면 이는 중력파의 검출을 훨씬 뛰어넘는 위대한 발견으로 자리매김할 것이 확실하다.

     

     

     

    이종필 / 연세대학교 물리학과 연구원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입자물리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물리학과의 연구원이다. 저서로는 [신의 입자를 찾아서],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가 있고, 역서로는 [최종이론의 꿈]이 있다.

    이미지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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