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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자계의 얽힘
    참고 자료 2013. 5. 22. 15:44

    슈뢰딩거의 고양이

    양자계의 얽힘

    사고실험이 실패로 돌아간 뒤 아인슈타인은 현실에 대한 양자역학의 불완전함을 증명하려는 시도는 더 이상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보리스 포돌스키(Boris Podolsky), 네이선 로젠(Nathan Rosen) 등과 함께 그는 1935년에 새로운 시도에 착수한다. 현실에서 엄연히 측정하고 확인할 수 있는데도 양자역학에서는 불확정적이라고 주장하는 물리적 크기를 찾아내려는 실험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아인슈타인과 포돌스키, 로젠 등 3인(EPR)이 공동으로 실시한 사고실험 대신 현실에서 실제로 이루어졌던 그와 유사한 실험을 한 가지 소개한다. 1980년대 초 알랭 아스페(Alain Aspect)가 이끄는 프랑스 물리학자 팀은 EPR 사고실험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을 최초로 개발했다. 그들의 대단히 복잡한 실험장치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림 속의 실험은 양자계의 얽힘을 증명한다.

    그림 속의 실험은 양자계의 얽힘을 증명한다.

    칼슘에서 발생한 기체는 원자들을 상자 안으로 이동시킨다. 상자에 도달하기 전에 칼슘원자는 레이저광선을 쐬게 되는데, 이 광선은 불안정해진 원자에 자신의 에너지를 전해준다. 이런 상태로 상자에 도착한 원자는 눈 깜짝할 사이에 두 개의 광자로 쪼개지면서 에너지를 다시 잃어버린다. 두 광자는 각각 반대 방향으로 상자를 벗어나 각각 필터를 거쳐 측정기에 도달한다.

    양자계의 얽힘을 증명하는 상관성 실험: 칼슘원자는 레이저광선을 통해 불안정해진 상태로 상자 안으로 유입된다. 그러나 상자 안에서는 곧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 두 개의 광자를 방출한다. 광자는 각각 편광필터로 유도된다. 필터 뒤에 설치된 탐지기는 광자가 필터를 통과했는지의 여부를 기록한다. 광자가 필터를 통과하면 1, 통과하지 않으면 0으로 기록한다.

    두 필터가 동일한 방향을 향하고 있으면 두 탐지기의 수열은 100퍼센트의 상관성을 갖는다. 이 실험에서는 필터가 서로 다른 각도를 보이는 경우, 수열들이 갖는 상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양자역학은 대체 어떤 각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것보다 상관성이 더 크게 나타나는지를 예측했다. 이 예측은 정량적(定量的), 정성적(定性的)이라고 확인되었다.

    필터가 어떤 성질을 분석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실험자의 관심은 오직 필터가 광자의 도착 위치에 따라 출입을 저지하거나 통과시킨다는 사실에만 맞추어져 있다. 예를 들어 광자가 왼쪽에 있는 필터를 통과하면 그 사실이 측정기에 기록되고, 필터에 의해 분석된 성질은 실험자에게 알려진다. 또한 이를 통해 실험자는 오른쪽으로 간 광자의 상태도―측정기를 통해서 그 광자에 영향을 주지 않고서도, 질량보존의 법칙에 의거해서―알 수 있다.

    따라서 오른쪽 광자의 상태는 관찰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도 불확정적이지 않다고 아인슈타인을 포함한 3인방은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오른쪽 광자의 상태는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으므로, '현실의 요소'를 띠고 있다. 이 결과가 바로 양자역학의 오류를 증명한 것이다. 원자적 현실에 대한 양자역학 이론은 불완전하다! 이렇게 생각한 아인슈타인은 한 발 더 나아가 불확정성의 원리까지 반박했다.

    양자역학이 현실에 대한 완벽한 설명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실험도 소개한다. 이 실험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물리학자 존 벨(John Bell)이 1964년에 이룬 발견 덕택에 가능했다. 당시에 벨은 양자역학을 둘러싼 철학적 논쟁을 구체적인 실험으로 종식시킬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EPR 3인방의 논의는 도저히 관찰할 수 없는 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찰할 수도 없는데 그 입자의 상태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겠는가? (이 물음은 냉장고 문이 닫혔을 때 그 안에 불이 켜 있는지 아닌지를 알아내는 방법에 대한 낡은 유머를 떠오르게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관찰이 불가능한 개별 입자는 관찰할 방법이 전혀 없다. 그래서 벨은 개별적인 광자 쌍을 관찰하는 대신 여러 쌍 사이의 상관성을 조사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실험에 사용된 두 필터가 모두 동일한 방향을 향하고 있으며, 광자들이 모두 필터를 통과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100퍼센트의 상관성을 얻게 된다. 한쪽 필터(예를 들어 오른쪽 필터)의 방향을 90도 돌리면 둘 사이의 상관성은 완전히 사라진다. 이는 놀라울 게 없다. 하지만 EPR의 주장이 올바른지의 여부는 두 필터가 평행하지도, 수직으로 교차하지도 않는 그 중간 상태에 있을 때에만 판명난다.

    이때 상관성은 100퍼센트와 제로 사이다. 벨은 다양한 전제조건하에 다양한 방식의 상관성이 나타남을 보여주었다. 아인슈타인이 가정한 것처럼 양자적 물체가 정말로 언제나 자신의 모든 성질을 잘 정의된 형태로 소유하고 있다면(이를 '실재성의 가정'이라고 부른다.), 더 나아가서 광자들 사이의 정보가 빛의 속도보다 절대로 빠르게 교환될 수 없는 것이라면, 상관성이 뛰어넘을 수 없는 경계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 경계는 수학공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소위 벨의 부등식이 바로 그것이다.

    두 번째 전제조건은 '국소성의 가정'이라는 것이다. 이 조건은 멀리 떨어진 물체에 대해 시간지연 없이 동시적으로 물리적 작용이 발생하는 것을 금지한다. 이로써 어떤 물리적 작용도 빛의 속도보다 빠를 수 없음을 보여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 손상될 가능성을 피해가려고 했다. 국소성의 가정은 양자역학이 실재성의 가정을 대치할 경우 자동적으로 소멸되는 조건이다. 왜냐하면 이 두 물리이론은 비록 서로 독립적으로 발견되었지만 항상 서로 모순되지 않음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부각된다. 보어 식의 양자역학이 타당하다고 가정할 경우 필터의 방향은 벨의 부등식과 항상 일치할 수 없다. 양자역학은 국소적 실재성의 가정보다 더 높은 차원의 상관성이 광자들 사이에 존재한다고 예측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오늘날 이것은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다. 상관성은 정확히 양자역학이 예측한 만큼 높게 나타났다. 국소적 실재성의 가정은 양자계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조건이다. 원자적 현실은 결코 국소적이지 않은 개별적 물체들 사이의 상관성을 '전체'로 드러낸다.

    EPR의 실험에 등장하는 광자처럼 한 번 물리적 상호작용을 맺은 양자적 입자들도 상호간에 더 이상 직접적인 결합이 존재하지 않을 때에는 항상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슈뢰딩거는 이런 직접적 상호작용이 없는 상관적 상태를 '얽힘'(Verschräkung)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했다. 영어로는 entanglement로 쓴다. (이 단어는 계몽을 뜻하는 enlightment를 떠오르게 한다.) 이런 얽힘은 양자역학의 고유한 속성이다.

    양자역학은 현실의 기저에 실재하는 얽힘의 세계를 확연히 드러내주고 있다. 이 얽힘은 전자 하나하나에 대해 개별적으로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따로 떨어져서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입자 같은 것은 결코 없다. 전체를 부분으로 쪼개는 고전적인 방식은 금지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그와 같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세계에 대해 아무것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말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 경험(과 실험)을 서로 교환할 수 있다.

    출처 : 슈뢰딩거의 고양이, 에른스트 페터 피셔, 2009.1.20,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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