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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반물질은 존재한다.참고 자료 2013. 5. 21. 11:34
출처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0&contents_id=1901
지난 글에서는 디락이 상대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하여 디락 방정식을 만들었다고 하였다. 전자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매우 빨리 움직이면, 기존의 슈뢰딩거 방정식으로는 부족하고 상대론을 결합한 디락 방정식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 디락 방정식은 양의 에너지(E≥mc2) 이외에도 음의 에너지(E≤mc2)가 가능하다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락은 자신의 이론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거기서 우주의 심오한 비밀을 발견하게 된다. 이제 그 비밀을 본격적으로 파헤칠 시점이 되었다.
디락의 방정식 속에 숨겨진 심오한 비밀
우선 준비 작업으로 지난 글(반물질이 존재한다고? 2009.12.25)에서 다음 두 가지 사실을 설명한 바 있다.
1. 전자는 같은 상태에 여러 개가 있을 수 없다는 파울리의
배타원리를 따른다.
2. 높은 에너지 상태에 있는 전자는 낮은 에너지 상태가 비
어 있을 경우, 두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빛을 내면서
낮은 에너지 상태로 떨어져 버린다.
이들을 이용하여 디락이 음의 에너지에서 찾아낸 우주의 비밀은 과연 무엇인가? 먼저 우주에 전자가 하나만 있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그리고 이 전자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보통의 전자여서 양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자.
즉, E≥mc2이다. 하지만 만약 디락 방정식의 결과가 옳다면, 이 전자는 양의 에너지를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 왜냐면 음의 에너지 상태가 비어 있어서, 위의 사실 (2)에 의해 전자가 빛을 내놓고 순식간에 음의 에너지 상태로 떨어져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전자가 하나가 아니라 만 개, 억 개, 아니 억의 억의 억 개가 있어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에너지가 처음에 양이었다 해도, 이들은 이내 음의 에너지로 떨어져 버릴 것이다. 왜냐면 음의 에너지 상태가 무한히 많이 있어서 언제나 빈자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우리 우주에 양의 에너지를 가진 보통의 전자로 오래 남아 있을 수가 없다는 얘기다.
디락의 바다 : 우주는 음의 에너지를 가진 전자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 우주에 전자가 무한히 많이 있다면 어떨까? 파울리의 배타원리, 즉 사실 (1)에 따르면 한 상태에 전자가 여러 개가 있을 수는 없다. 따라서 무한히 많은 그 전자들은 무한히 많은 음의 에너지 상태 중에서 일부의 상태에만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상태마다 하나씩 그리고 하나도 남김없이 모든 상태를 가득 채우게 된다. 물리학자들은 이것을 ‘디락의 바다’라고 부른다. 마치 바닷물이 바다를 가득 채우듯 그렇게 음의 에너지를 가진 전자가 온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렇게 모든 음의 에너지 상태가 전자들로 가득 채워진 상태는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없으면 에너지가 0이지만 음의 에너지를 가진 전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에너지는 점점 낮아지고 결국 음의 에너지 상태가 가득 차면 우주의 에너지는 마이너스 무한대가 되어 최저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디락은 바로 이 상태가 우리 우주의 진공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디락에 의하면 진공이란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가 아니라 음의 에너지로 온 우주가 가득 차있는 상태, 즉 디락의 바다인 것이다.
디락은 추론을 계속했다. 만약 이렇게 모든 음의 에너지 상태가 전자로 가득 차고도 전자가 하나 더 남는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가? 남아있는 그 최후의 전자는 음의 에너지를 가질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 왜냐면 모든 음의 에너지 상태는 이미 가득 찼기 때문에 파울리의 배타원리에 의해 그 마지막 전자는 양의 에너지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렇게 음의 에너지 쪽으로 떨어지지 못하고 양의 에너지 쪽에서 움직이는 전자들이 우리가 보는 전자들이다. 이런 전자들이 하나가 아니고 많이 있다면 이들이 우리 우주의 원자를 만들고 분자를 만들고 생명체를 만드는 것이다.
디락의 바다 속에 공기 방울이 떠돌아 다닌다면?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했다. 디락의 상상력은 다음의 설명에서 경이로움을 넘어 전율을 느끼게 한다. 위의 사실 (2)를 다시 살펴보자. 높은 에너지 상태에 전자가 있었다가 빛을 내어놓고 낮은 에너지 상태로 떨어진다면 그 반대로도 가능할 것이다. 즉, 낮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던 전자는 빛을 흡수하면 높은 에너지 상태로 뛰어오를 것이다. 이것을 디락의 이론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음의 에너지 상태가 전자로 가득 채워진 디락의 바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보기에는 텅 비어 있는 우주의 진공상태이다. 여기에 빛을 쪼여보자. 그러면 바로 위에서 설명한 사실에 의해 음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던 전자 중에서 하나가 그 빛을 흡수하고 양의 에너지 상태가 된다. 그러면 음의 에너지 상태에는 구멍이 하나 생기고 양의 에너지 상태에는 전자가 하나 생긴다. 이 구멍은 과연 우리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
이를 쉽게 알아내기 위해 어항을 떠올려보자. 어항에는 물이 들어 있다. 그리고 가끔 공기방울이 떠다닌다. 그런데 공기방울은 사실은 그 자체가 실체가 있다기보다는 물이 없는 구멍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공기방울은 움직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물이 없는 자리에 옆의 물이 이동하고 그럼으로써 결과적으로 그 물이 이동한 자리에 새로이 구멍이 생기는 것이지 물이 없는 구멍이 (마치 돌이 날아가듯이) 정말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그렇긴 해도 그렇게 물의 이동으로 공기방울을 이해하기보다는 그냥 공기방울 그 자체를 하나의 실체로 생각하는 것이 더 익숙하고 편하다. 디락의 바다에 생긴 구멍도 그러하다고 디락은 생각했다. 이 구멍도 어항 속의 공기방울처럼 우리에게는 하나의 입자로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구멍의 에너지는 어떤 값으로 관측될까. 음의 에너지가 비어 있는 것이니 음의 부호가 두 번 겹쳤다. 따라서 이 구멍은 진공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의 에너지를 가진다. 만약 정지해 있다면 에너지가 –(-mc2 )=+mc2이 될 것이다. 전하는 어떻게 될까?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전자는 음전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음전하가 없는 것이니 양전하가 된다. 결국 이 구멍은 전자와 질량이 같고 에너지도 상대론의 공식을 따르며 전하는 전자와 크기가 같고 부호만 반대인 입자로 우리에게 보일 것이다!
디락의 바다에서 생긴 공기방울 같은 구멍을 양전자(positron)라고 부른다. 이 양전자가 바로 전자의 반입자, 즉 반물질의 일종이다. 반물질은 이렇게 디락이 추론에 추론을 거듭한 끝에 도입한 가상적인 입자로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었다.
디락의 구멍이론 : 색즉시공, 공즉시색?
디락의 이론을 구멍이론(hole theory)이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 이론에서 동양사상의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떠올리기도 한다. 텅 비어 있다는 것과 가득 차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른 것일까? 오로지 관점의 차이일 뿐인 경우는 없는가? 네덜란드의 유명한 화가, 에셔는 이를 절묘하게 나타내는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다.
디락의 이론에 대해 당시 학계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아무런 실험적 증거도 없었고 오로지 자신의 방정식을 철썩 같이 믿은 디락 만이 광야에서 목 놓아 외쳤을 따름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디락이 옳았다. 1932년 앤더슨이라는 학자가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입자들인 우주선(cosmic ray)을 관측하는 실험에서 질량이 전자와 같으면서도 양전기를 띤 입자를 발견한 것이다.
반물질은 이제 더 이상 공상 속의 얘기가 아니다, 실제로 존재한다!
양전자의 발견 이후 반물질은 더는 공상세계의 존재가 아니라 우리 우주에 실제로 존재하는 물질이 되었다. 전자의 반입자인 양전자뿐 아니라, 사실은 모든 기본 입자에 대해 반입자가 존재한다. 양성자나 중성자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인 쿼크(quark)도 그의 반입자인 반쿼크(anti-quark)가 존재하고, 또한 중성미자, 뮤온, 타우온 등 여러 기본 입자들도 각각의 반입자(반중성미자, 반뮤온, 반타우온)가 있다. 전기적으로 중성인 입자 중에 어떤 것은 자기 자신이 반입자가 되기도 한다. 이런 대표적인 예가 빛 입자다. 광자의 반입자는 자기 자신이다. 이렇게 보통 우리가 보는 세계를 구성하는 입자들에 대해 그들의 반입자들을 통째로 반물질이라고 부른다.
반입자들을 모으면 순전히 반물질로만 구성된 세상을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반쿼크 세 개를 모으면 반양성자나 반중성자를 만들 수 있고, 반양성자는 음전기를 띠고 있으므로 이것을 양전자와 결합시키면 수소원자의 반물질인 반수소원자를 만들 수 있다. 공상소설 같은 허황된 소리로 들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래전에 실험에서 확인된 100% 사실이다.
만약 반물질을 충분히 모을 수만 있다면 순전히 반물질로만 구성된 태양이나 지구, 나아가서는 ‘나’와 구조는 똑같고, 물질만 반물질로 바뀐 또 다른 나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상이 발전하여 종종 공상만화의 소재로도 이용된다. 예를 들어 “우주여행을 하다가 우주에서 자기 자신과 똑같은 외계인을 발견하면 가까이 다가가면 절대로 안 된다. 손이 닿는 즉시 순식간에 자신의 몸이 에너지로 바뀔 테니까….” 이런 식의 만화 얘기들 말이다.
우리 몸에서도 한 시간마다 180여 개의 반물질이 생겨난다
반물질이 예언되고 검증된 지 80년이나 흘렀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그 사이 반물질은 일상에도 파고들었다. 이제 웬만한 대형 병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PET(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기)는 방사능 물질에서 나오는 양전자가 몸속의 전자와 쌍소멸이 일어나서 빛이 나오는 것을 이용한 의료장비이다. 디락은 우주의 근본법칙을 탐구하다가 반물질을 예견했지만, 그의 이론이 이렇게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는 의료장비에서도 사용되리라는 것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인체에서도 반물질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음식물이나 물을 통해서 우리는 자연에 존재하는 방사능 물질도 먹게 되는데 그런 방사능 물질이 우리 몸에서 붕괴하면서, 매 시간당 180개 정도의 양전자가 우리 몸에서 생겨난다. 이는 지구에 있는 그 누구도 예외가 아니다. 갑자기 공포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사람도 있겠지만 새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런 환경 하에서 별 문제 없이 잘 살 수 있도록 인간이 진화되어온 것이니까. 이렇게 반물질은 바로 우리 곁에 있다. 그러나 저번의 글에 대한 독자들의 댓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아직도 많은 일반인들은 반물질을 공상영화에나 나오는 가상의 존재로만 여길 뿐이다. 바로 이 80년이라는 세월이 현대 물리학의 놀라운 성과와 일반 대중 사이에 얼마나 큰 간극이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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