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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봉 김기추 거사의 게송 해설좋은 글 2013. 1. 7. 11:38
백봉 김기추 거사의 게송 [鐘聲]
홀연히도 들리나니 종소리는 어디서 오나
까마득한 하늘이라 내 집안이 분명허이
한 입으로 삼천계를 고스란히 삼켰더니
물은 물은, 뫼는 뫼는, 스스로가 밝더구나
忽聞鐘聲何處來
廖廖長天是吾家
一口呑盡三千界
水水山山各自明
[백봉 김기추 거사의 게송 해설]
이 '종성'(鍾聲)이라는 시에 대한 백봉의 직접적인 설법을 들어본다.
[당시 내가 벌떡 일어섰어요. 멍멍한 상태인데,도반들이 전부 내게 세번씩 절을 했대요. 그땐 내가 몰랐거든. 나중에 들으니 그런 것 같아요. 그때 방 남쪽으로 창이 하나 있었는데,창을 통해 바라보니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어요. 변했다면 또 망상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지. 그때 마을에서 예배당 종소리가 들렸는데,그 종소리를 듣고 '홀연히도 들리나니 종소리는 어디서 오나'[ 忽聞鐘聲何處來]라고 했습니다. 물론 예배당 종소린 줄 알았어요. 그러나 예배당이 예배당만이 아니거든. 유정(有情)과 무정(無 情;가령 예배당같은 건물)이 본래의 지혜에서 나와 갈린 것으로 그 당처(當處)는 하나예요. 쓰는[用] 데엔 유정과 무정이 영 달라요-아,돌멩이와 사람은 다르지 않습니까?-하지만 종소리 나는 곳은 한군데 아니겠어요? 우리가 예배당 종이다 뭐다 분별해서 그렇지 그 당처는 하나예요. 그 소리가 바로 나한테서 오는 것과 한가지입니다. "바로 온누리가 '나'이고,내가 있기 때문에 삼라만상이 벌어지는구나. 그러니 나와 부처님이 당처는 하나구나"-이런 것이 느껴져요.(만약 하나가 아니라면 부처님과 내가 무슨 상관이 있나요? 그렇다면 불교 공부를 해도 공부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이 소리가 온 곳을 안다면,예배당 자체가 내 몸 아닙니까? 온허공이 '나'입니다. 그래서 그 다음 '까마득한 하늘이라 내 집안이 분명허이'[廖廖長天是吾家]라고 했어요. 내 집이 어딘가? 허공 전체가 내 집이예요. 처음엔 '내 집'[吾家] 대신 '내 몸'[吾身]이라고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몸이라 하든 집이라 하든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리고나서 '한 입으로 삼천계를 고스란히 삼켰더니'[一口呑盡三天界]라고 했는데,그때 내 심경이 이랬습니다. 산하대지가 전부 내 성품 속에서,내 뱃 속에서 밝기도 하고 어둡기도 했어요. 이거 거짓말이 아닙니다. 물론 이 몸뚱이[肉身]로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죠. 하지만 '허공이 나'이니,나를 떠나서는 아무 것도 있을 수가 없어요. 내가 없는 데 산하대지가 있어요? 내가 없는데 부처님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과 나는 동근(同根)이란 말예요. 이 '나'는 파순이가 되려고 하면 당장 파순이가 되고,부처가 되려고 하면 당장 부처가 되고,중생이 될려면 당장 중생이 되요. 그 뿐인가 지옥에 갈려면 지옥에 가고 극락에 갈려면 극락에 갈 수 있어요. 그런데 이게 얼마나 크냐 이 말입니다. 원래 큰 것도 작은 것도 아니지만 ,적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허공을 싸고도 남고,큰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바늘귀에 들어가고도 남아요.
이걸 과학적으로 생각해 보 세요. 이렇게 생각해 보면 이 '나'는 정말 굉장한 겁니다. 바로 이 주인공인 '나'가 슬며시 알아졌단 말이예요. "야,그렇구나. 큰 것도 작은 것도 아니구나. 마음대로 하는구나. 이런 재주를 내가 갖고 있구나. 게다가 나고 죽는 것도 없구나. 단지 나고 죽는 것을 나투어서 쓸 따름이구나."-이런 사실도 저절로 알아져요-"그렇구나,그렇다면 이건 굉장 한건데. 참말로 절이라는데가 술만 먹는 자리가 아니구나. 그리고 산하대지를 비롯한 우주의 숱한 천체가 결국 이걸 벗어나지 못 했구나,이걸 벗어나면 의지할 곳이 없구나."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건 절대(絶對)에 속한 거예요. 그래서 자신이 딱 생겼습니다. 이렇게 느끼고서 바라보니,자기 인연에 따라서,자기 멋에 따라서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스스로가 밝았어요[水水山山各自明]. 그래서 이 시를 지은 겁니다. 하지만 육신에 들어 앉아서는 이런 글이 안나오는 겁니다. 당시 내 심경은 허공이 내 몸이었어요. 그러니 욕계,색계,무색계,천당,지옥이 다 허공 속의 작용입니다. 따라서 여러분의 마음을 키울려면- 원래 키우고 안키우고도 없지만-이 육신을 내버려야 해요 . 사실 빛깔도 소리도 냄새도 없는 그 자리는 꼭 허공과 한가지입니다. 이 허공이 '나'라는 느낌이 들면 확 달라집니다. 우리가 중생놀이를 하는 것도 이 무정물인 육신 때문에 중생 놀이를 하는 것이고,우리가 공부를 해서 부처가 되려는 것도 이 육신을 방하착(放下着)해서 부처가 되는 거예요.]'좋은 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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